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경우에 대비해 보복 리스트를 작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이 EU와의 무역전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EU가 구체적인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가 있을지 아직 모른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내부적으로 ‘재균형 대책’ 목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균형 대책이란 미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뜻한다. 말스트롬 위원은 이날 EU 통상담당 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응에 관한 합의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EU가 작성 중인 보복 리스트에는 미국 대표 기업들의 상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리스트에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트럭, 사무기기업체 제록스의 장비, 잡화업체 샘소나이트 인터내셔널의 가방 등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국산 석탄, 자동차, 화학제품도 EU의 보복 관세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7월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이 EU 등 수입차에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어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17일 수입차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유럽과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며 EU를 자극했다.
앞서 지난해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등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피해가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을 약속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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