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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탁이 옵니다] "아내가 식사 준비한다" 76%...여전한 주방 불균형

여성 10명중 7명, 집밥노동 도맡아

하루평균 97분 가족 식사에 할애

전통적으로 가사노동, 특히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엄마 혹은 아내의 일로 여겨져 왔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맞벌이 가구가 늘고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율도 높아졌다지만 아직도 ‘집밥 노동’만큼은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 여전하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수도권 성인남녀 4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사람으로 ‘여성’을 지목한 비율이 전체의 71.6%에 달했다.

설문 응답자 중 여성이 237명(50.6%), 남성이 231명(49.4%)인 가운데 본인이 주로 식사 준비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8.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배우자가 38.2%로 나타났다. 얼핏 본인과 배우자가 고루 식사 준비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여성의 경우 집밥의 책임자로 본인을 지목한 비율이 68.2%에 달했지만 남성의 경우 31.7%에 그쳤다. 반대로 배우자가 주로 식사 준비를 한다는 응답자를 살펴보면 남성이 76%를 차지했다. 결국 ‘아내’가 집밥의 책임자라는 의미다.

1인 가구를 제외한 기혼 가정 위주로 살펴보면 주방의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진다. 2인 이상 가구 중 본인 혹은 배우자가 식사 준비를 하는 경우는 총 313명으로 나타났고 이때 여성이 식사를 준비하는 비율은 76.7%(237명)까지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집밥의 책임자로 본인과 배우자를 지목한 비율이 7대3 이었지만, 남성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비중이 2 대8로 역전된다.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집밥 노동’은 청소·집안 정리 등 다른 가사노동과 비교해도 유달리 남녀 간 격차가 큰 항목으로 지목된다.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도 다른 가사노동과 비교해 큰 편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음식 준비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평균 1시간12분으로 총 가사노동 시간인 하루 2시간 9분 가운데 약 절반(48.9%)을 차지했다. 반대로 남성은 하루 총 31.2분을 투자하는 가사노동 시간 중 8.5분만을 음식 준비에 썼다. 기혼 가정은 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미혼 여성은 음식 준비에 하루평균 24분을 쓰지만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은 무려 96.8분을 가족 식사에 할애했다. 반대로 남성은 미혼일 때 평균 19분 정도를 식사 준비에 활용하다 결혼을 한 후 오히려 7.8분으로 줄어들었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를 살펴봐도 전체의 59.8%가 식사 준비를 하는 데 끼니당 최소 30분은 걸린다고 응답했다. 끼니당 최소 한 시간은 넘게 준비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전체의 12%에 달했다. 세 끼를 집에서 먹는다고 하면 최소 4~5시간이 식사 준비에 소요된다는 의미다. 밥을 먹은 후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상당히 힘겨운 노동인 셈이다.

식품 업계는 최근 간편식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처럼 집밥 노동이 여성에게만 편중된 현실에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전업주부들 역시 아이 교육 등 집중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정성 들여 준비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간편식을 활용할 경우 식사 준비에 드는 시간은 물론 요리에 서툰 남성 배우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여러모로 여성의 부담을 덜어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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