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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종전선언 가능성]北비핵화 시그널 불투명한데...종전선언 먼저 꺼낸 韓美

김정은, 영변핵 폐기 外 추가 조치 노출 안해

제한적 동결 그치면 北 핵보유국 지위 굳어져

美 실리주의에 한반도 최악 핵위협 직면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5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자 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에 사실상 합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두고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공식 언급한 배경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 상황에 대해 한미 간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처럼 구체화하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언급했던 ‘영변 핵 폐기’ 가능성 말고는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종전선언까지 합의하면서 얻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가 제한적인 북핵 ‘동결’ 수준에 그친다면 이번 회담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되레 굳히게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청와대가 이날 언급한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협정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을 위해 오랜 기간 미국 측에 평화협정을 요구해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부터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미로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청와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자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사실상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실효적 효과가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한국과 미국·중국은 모두 각각 수교를 맺었고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선언을 한 만큼 북미 양자의 종전선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4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순조롭게 이끌어내고 비핵화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 그런 역할로서의 종전선언은 어떤 형태도 환영이고 북미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꺼내 든 것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문화적 교류 확대 등이 논의돼왔으나 이 정도 조치로는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나 유엔사 해체와 관련이 없다는 확인을 받을 경우 제재 해제보다는 종전선언을 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전선언 역시 되돌리기 힘든 ‘불가역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전선언 이후 이어질 북미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흐지부지될 경우 결국 미국의 협상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합의하면서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실(ICBM) 폐기 등만 얻어내는 실리를 취할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 최악의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이 계속해서 회담 결과의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하는 것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기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미 주지사들과 오찬을 가진 후 김 위원장과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난다”며 “완벽한 비핵화를 이루면 북한은 빠르게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것(비핵화)이 없다면 변할 것은 없다.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기 직전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연회에서 회담 성과와 관련해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두르게 하고 싶지 않다.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주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속도 조절’을 암시하는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비핵화 협상을 최대한 질질 끌기를 원하는 북한의 전략에 미국이 휩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북핵의 ‘단계적 동결’에 초점이 맞춰져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날 ‘조미관계 정상화’를 강조하며 미국이 북한의 노력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조미관계의 정상화는 시대의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나라가 수십 년간 지속해온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 개선을 확약하던 초심을 잃지 않고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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