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 대미특별대표가 벌인 엿새간의 실무협상과 미국 정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언급들을 종합하면 2차 북미 담판의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2차 담판 일정이 시작된 27일 “이틀간 논의할 것이 많다”며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북측과 조율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료 사이에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지나치게 앞서 간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비핵화가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는 거래 대상이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설픈 비핵화 선언을 한 뒤 폐기 대상 목록과 단계별 검증 일정은 나중에 제출받겠다는, 한발 물러선 미 협상단의 태도에 대한 반감이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영변·동창리·풍계리 핵·미사일시설 폐기 일정표 도출과 북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핵무기·핵물질의 검증 가능한 폐기에 달려 있다. 영변 등 이미 알려진 곳 외에 북한 전역에 감춰진 플루토늄·우라늄 핵시설과 미사일 폐기를 선언문에 명시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와 시한이 명시된 로드맵 작성을 공식화해야 회담은 진정한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미사여구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1차 북미 담판에서 거론됐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보다는 크게 밀려난 결과다. 이미 CVID는 기대조차 어렵고 핵 동결-종전선언 맞교환이라는 스몰딜을 큰 성과처럼 부풀리는 분위기는 지극히 우려스럽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는 확실한 비핵화 로드맵과 핵시설·미사일 폐기를 명시한 하노이선언을 염원하고 있다. 단기 성과를 위한 섣부른 도박보다는 냉철한 협상 조율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판단이 우선이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핵 폐기를 포함한 되돌릴 수 없는 명백한 북한 비핵화 조치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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