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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잃어버리기 전에…

이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교수

  • 2019-03-10 16:52:45
  •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잃어버리기 전에…

지난 1970년 미국 하와이에 놀러 갔던 27세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1943~)은 아름다운 섬이 파괴돼가는 것을 슬퍼하며 ‘큰 노란 택시(big yellow taxi)’라는 노래를 불렀다.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알 수 없어요(You don’t know what you’ve got’ till it’s gone)’라는 가사가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이 노래는 세상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하와이의 아름다움을 보호해야 한다는 운동을 일으켰고 미첼은 훈장까지 받았다.

2015년 전 세계의 실명(失明) 인구는 3,6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실명 3대 원인은 백내장 50%(1,800만명), 녹내장 8%(250만명), 황반변성 5%(180만명)였다.

전 세계 황반변성 환자는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로 보면 황반변성이 실명 원인 3위 질환이지만 미국·유럽에서는 1위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부자 나라의 병이라고 인식돼왔는데 어느새 우리나라도 60세 이상 실명 원인 1위 질환이 됐다. 황반변성은 부자 나라에서 온 전염병처럼 느껴진다.

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필름에 해당한다. 황반은 망막의 뒤쪽 중심점으로 사물의 초점이 맺혀 시력을 담당하는 곳이다. 황반에는 자외선을 흡수해 시각세포를 보호하는 노란 색소인 루테인이 진하게 모여 있어 진한 갈색점으로 보인다. 크기가 0.5㎜ 정도로 볼펜 자국만 하다. 이곳에는 색을 구별하고 정밀한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원뿔 모양의 특수한 시각세포 600만개가 모여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중요한 부위임에 틀림없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생긴 노폐물인 드루젠이 주된 원인이다. 노폐물이 쌓이면 망막 뒤쪽 혈관을 통해 전달되던 산소 공급이 차단돼 정상적인 혈관 벽 구조를 갖추지 못한 ‘나쁜 혈관(신생혈관)’들이 생긴다. 나쁜 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나면 원뿔 모양의 시각세포를 손상시켜 노란 반점이 사라지고 중심시력이 소실된다.

최근에는 나쁜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해 출혈을 예방하는 항체주사 덕분에 상당 기간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두 달 간격으로 눈 속에 주사하는데 현재까지는 출혈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하지만 시력을 유지하는 정도일 뿐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아니다.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결국 황반변성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다. 언제부터 실명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대한안과학회 지침대로 40세에 눈 검진을 해서 망막에 드루젠이 보이면 그때부터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쓰고, 금연하고, 고혈압·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영양제를 먹으면 안전할 것인가.

이런 노력도 꼭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건강한 식생활습관은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입에 쓰지만 시각세포를 보호하는 루테인이 풍부한 케일·시금치 같은 녹황색 채소와 친해지는 일은 음악·미술·체육처럼 어릴 때부터 시작할수록 좋다. 당연히 젊은 부모가 우선순위로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밭에서 싱싱한 채소를 기르고 맛보는 즐거움과 경험을 제공한다면 건강한 식생활과 40년 후 눈 건강, 다음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해온 습관들이 50세 이후의 시력을 결정한다. 이를 일찍 깨달을수록 황반변성 같은 안과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조니 미첼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하와이의 자연환경처럼 황반 건강은 시력을 잃어버리기 전에 그 소중함을 꼭 깨달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인체조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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