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영상 좌표 좀" 정준영 몰카 반응에 여성들 "허탈하다"

정준영 불법 행위에 일부 남성들 "이해한다" 반응

실시간 검색어로 피해 여성들 이름 오르내리고

동영상 좌표 공유 원하는 목소리도 나와

여성들 "일부의 반응이라도 허탈하고 속상하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 많은 기업들은 회사의 여성 임원이 크게 늘었다고 자평하며 여성 권리 신장을 옹호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뒤인 11일 가수 정준영씨와 승리의 여성 몰카 공유 사실이 밝혀지며 여성들 사이 “‘여성의 권리’라는 단어가 너무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일주일 전이 ‘세계 여성의 날’이었는데…. 그때 받았던 수많은 장미들이 꺾이고 밟힌 심정이에요.”

15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한 여대생은 최근 가수 정준영(30)씨가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했다는 소식에 “그야말로 참담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정 씨는 여성들의 동의도 없는 불법 영상을 촬영하는가 하면 카카오톡 대화방 등을 통해 동료들과 공유했다. 정 씨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여성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는 정 씨의 행위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 가운데 ‘비난의 화살표’를 피해 여성들에게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남성 이용자가 많은 각종 사이트에서는 “여자들한테 더 실망했다”, “정준영 같은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 “몰카보다 합의한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서슴없이 등장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 등으로 심화했던 ‘성별 갈등’이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준영 몰카’와 관련해 각종 사이트에 올라온 일부 의견들을 캡쳐한 사진이다.


◇“동영상 좌표 구함” 게시글에 여성들 “허탈하다”=가수 승리와 정 씨, 그 밖의 남자 아이돌 가수들이 다수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여성과의 성관계를 촬영한 ‘몰카’가 공유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피해 여성들로 추정되는 여성 아이돌 및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하루 종일 오르내렸다. 남성 이용자가 많아 소위 ‘남초’ 사이트로 불리는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불법 촬영 영상으로 추정되는 영상들의 공개를 기다린다는 반응이 나왔으며 때때로 “동영상 좌표(동영상을 볼 수 있는 곳)를 구한다”는 글도 종종 올라왔다. 실제 일부 성인 사이트에서는 ‘정준영’이라는 검색어가 순위권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물론 극소수의 의견이지만 이런 반응을 접한 여성들은 “허탈하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여대생인 정모(25) 양은 “정준영을 이해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최소한의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아 너무 슬프다”고 토로했다. 양 모(24)씨 역시 “남자들이 자신들의 재미나 즐거움을 위해 여성을 소비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2019년 3월 12일 오후9시 ‘정준영 의혹’이 불거진 뒤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정준영 동영상’과 피해자들로 추정됐던 여성들의 이름이 오르고 내리고 있다.


◇연대감 다지기 위한 몰카 공유…성별 갈등 심해질까 우려도=‘몰카’를 찍은 정 씨의 불법 행위가 아니라 ‘몰카’를 돌려본 동료들에 대한 평가는 특히 성별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몰카를 공유하는 일 자체도 범죄로 여겨지지만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페이스북 등에서 “‘호기심’으로 몰카를 공유해본 적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일부 연예인에 대해 “단톡방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은 안 된다”는 옹호 의견까지 나왔다.

여성학 전문가들은 정준영의 심리를 ‘헌팅 트로피’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냥에 성공한 기념으로 남기는 ‘헌팅 트로피’처럼 자신이 정복한 여성들을 촬영해 남겨두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전형적인 행위로 읽힌다. 또 승리가 사업 파트너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일 또한 남성과의 연대를 맺는 수단처럼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께 땀 흘려 ‘사냥 출정 의식’을 다지고 ‘사냥’으로 생긴 연대감을 바탕으로 사업 계약 체결까지 연결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촬영물은 오랜 시간 남성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속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소비됐다”고 말했다.



정준영 동영상 파문이 커지면서 ‘동영상의 원본’을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


‘공인’으로 불리는 남성 연예인들조차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일삼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들을 팬으로 따르고 좋아하던 여성들은 혼란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여대생은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 공론화되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아직도 시궁창’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다”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내 주위 남성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몰카 영상을 공유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여성변호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관심조차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준영이 입건된 후 영상 속 피해 여성이 누구인지 억측이 난무하고 문제의 영상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런 신상털기와 억측, 이를 조장하는 태도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며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정윤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한 음란물 동영상 사이트에 ‘정준영’이 검색된 내역이다.


사냥꾼들이 사냥을 한 동물을 박제해 ‘트로피화’하듯 몰카 동영상은 하나의 ‘헌팅 트로피’로 소비된다./이미지투데이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