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는 영국의 내각 각료들 사이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를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 모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국 혼란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간) 선데이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주요 매체들은 익명의 각료를 인용해 “내각에서 메이 총리를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potential coup)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 정계에서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메이 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문을 하원에 제출했지만 이미 두 차례 표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된 바 있다. 메이 총리는 당초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를 일단 4월12일까지 연기하기는 했지만 하원은 합의문에 변화가 없는 한 세 번째 표결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8일 집권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메이 총리를 방문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내각도 메이 총리에게 등을 돌린 모양새다. 선데이타임스의 팀 시프먼 정치에디터는 익명을 요청한 내각 관료 11명의 말을 인용해 “끝이 가깝다. (메이 총리는) 10일 안에 떠날 것”이라며 “25일께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맞설 것이며 총리가 이를 거부한다면 각료들이 사임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이가 물러난 후 임시 총리로는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며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이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미는 세력도 일부 있다.
정치권이 브렉시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자 시민들도 행동에 나섰다. 이날 런던 중심부에는 최대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 행진을 하며 ‘이 혼란을 수습하라’ ‘국민에게 맡겨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2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브렉시트를 취소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400만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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