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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검사가 뛴다]박현주 부장검사 "강제추행만큼 많아진 몰카, 강력 대처할 때"

유포·협박 등 후속범죄도 빈발

피의자가 자백한 사건이라도

증거수집 뒤따라야 처벌 가능

2014년부터 성폭력사건 전담

100여가지 관련 전문분야 중

3개 분야서 첫 블랙벨트 인증

박현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권욱기자






“성폭력 범죄 중 불법촬영 사건 비중이 강제추행에 버금가게 많아졌습니다.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후속 범죄도 늘어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최근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명 ‘몰카 범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에서 지난 8년여간 성폭력 범죄를 전담해온 박현주(48·사법연수원 31기·사진) 수원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성폭력 수사는 피해자 진술증거와 함께 CCTV, 카카오톡 등 물적증거 수집이 동시에 신속하게 이뤄지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검사는 특히 “피의자가 자백한 사건이라고 해도 이 같은 증거수집이 반드시 뒤따라야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피의자가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자백했던 내용을 갑자기 부인하고 번복하면서 어렵게 진행한 수사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폭력 범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이끌고 있는 박 부장검사는 전문성이 ‘대가(大家)’ 수준에 이른 검사에게 수여하는 블랙벨트(1급 공인전문검사)를 ‘성폭력’ 분야에서 받은 유일한 검사다. 현재 성폭력 전담 검사는 192명이나 된다.

박 부장검사는 몰카 범죄에서 초동수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지원센터나 수사기관에 처음 피해 사실을 밝히러 왔을 때 상세히 진술받는 것이 수사 성공의 절반의 좌우한다는 것이다. 통상 가해자는 피해자 진술을 반박하기 십상인데 초기 피해자 진술이 충분치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자를 다시 조사할 경우 진술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사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충분한 근거를 제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박 부장검사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추가 조사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으려 한다”며 “처음 조사 때 충분한 시간과 안정된 분위기를 제공해 조사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불편한 내용도 진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검사가 성폭력 범죄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남부지검 공판검사로 근무하던 당시 지적 장애인 여성이 피해자인 준강간(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 사건의 재판을 맡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장애인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피해자가 행방을 감춰 이 주장을 반박하기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에 박 부장검사는 피해자가 상담받았던 기관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 기관의 상담 기록에서 피해자가 다른 기관에서 상담받을 때 또 다른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해자 역시 장애인 성폭력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것을 확인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한 계획적 범죄였다는 것을 입증해 냈다. 결국 피고인은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 부장검사는 “증거가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도 검사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서 입증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했다.



박현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권욱기자


성폭력 사건 해결에 의미와 보람을 느낀 박 부장검사는 지난 2014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옮기면서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안양지청에서는 관련 사건 처리는 물론이고 청소년 성폭력 예방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상당수 중고등학생이 특수강간(윤간) 사건으로 구속됐는데 이를 의아하게 여긴 박 부장검사가 수개월 간 구속 강간사건 통계를 살펴보고 피의자의 40%가 청소년이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박 부장검사는 관내 소년원과 일반 중고등학교 등 청소년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순회 교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박 부장검사는 성폭력 사건 관련 기획·정책 분야로 발을 넓혔다. 지난 2015년에는 대검찰청 형사부에서 운영한 ‘여성아동전담검사TF’ 팀장을 맡아 아동학대 사건관리회의와 발달장애인 관련 지침을 만들었고 현재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구형기준도 마련했다. 이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그해 대검에서 블루벨트(2급 공인전문검사) 인증을 받았고 2016년 부산지검으로 옮겨서도 계속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면서 1년 만에 블랙벨트 인증까지 받았다. 박 부장검사는 “100여가지 전문분야 중 3가지 분야에서 처음으로 블랙벨트를 수여했다”며 “검찰에서 그만큼 성폭력이 국민의 삶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본다고 여겼다”고 회상했다.

박 부장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 쌓기 행보를 지속했다. 2017년 4월에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성기반 폭력 근절 및 예방 관련 경험과 지식 공유’를 주제로 개최한 서울 담화에서 ‘한국 검찰의 성폭력사건 수사’에 대해 발표했다. 법무부로 옮겼을 때는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 운영과 진술조력인 양성을 담당하는 여성아동인권과장을 담당했고,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조사팀장도 맡으며 독보적 위상을 구축해나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2012년 자신을 성폭력 전담 검사로 이끌었던 준강간 이야기를 꺼내며 “준강간 혐의 입증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이 분야를 더 깊이 연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수원=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프로필

△1971년 전남 보성 출생 △1986년 고척고 △1996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2002년 사법연수원 수료 △2007년 칠레카톨릭대 장기연수 △2015년 대검찰청 ‘여성아동전담검사TF’ 팀장 △2015년 블루벨트 인증 △2016년 블랙벨트 인증 △2017년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2018년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 파견 △2018년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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