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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장 급변 추세 무시한 '갈라파고스 규제'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 재도입-반대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방송시장 포화·OTT 급성장에 인수합병 불가피

● 패러다임 변화 도외시한 사전규제는 시대착오

●'33%제한' 재도입땐 M&A 심사도 무의미해져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규정한 합산규제의 재도입을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합산규제는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하고 있다. 이 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도입 주장이 꾸준히 이어졌다. 올 초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수차례의 논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지난 21·22일로 예정됐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모두 취소됐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점유율 33%를 넘은 KT 계열은 딜라이브 등을 인수할 수 없다. 재도입 찬성 측은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존 케이블사업자 간에 최소한의 유효경쟁을 보장하고 방송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합산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에 합산규제까지 더하는 것은 중복규제이며 세계 방송시장의 급변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미디어 업계의 빅 이슈는 사업자 간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소식들이다. 버라이즌이 AOL과 어섬니스·야후를 M&A했고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셜과 드림웍스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2년여의 법정 소송을 벌여온 AT&T의 타임워너 M&A가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유료방송 플랫폼들이 전통적인 콘텐츠 사업을 내부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M&A를 시작으로 경쟁 사업자들이 케이블TV 인수를 추진 혹은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M&A들이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될지 또 얼마나 최종 성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부결된 사례가 있고 인터넷TV(IPTV)사업자들의 케이블TV M&A가 경쟁력 확보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 M&A가 활발히 벌어지는 이유는 방송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 한계점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경쟁으로 가입자를 확대하는 것보다 M&A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시장점유율 규제는 사실상 M&A를 규제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시장점유율 33%를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유지된다면 M&A 심사는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점유율 33%를 넘지 않는 M&A는 불공정경쟁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는 예상 점유율이 33% 이하였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런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33%라는 점유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잉규제고 중복규제다. 더구나 같은 규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지닌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병존한다. 결과적으로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경쟁력을 결정짓는 M&A 가능성을 사전에 결정짓고 모든 사업자에 공정하다는 규제 순응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문제점은 방송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방송시장의 주도권은 전통적 방송매체에서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서비스(OTT)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기존 방송의 시청점유율은 물론이고 마르지 않는 샘물 같던 광고 역시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OTT 이동 현상이 40~50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유튜브 방송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 그것도 유료방송 가입자 숫자를 규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외국의 미디어규제기구나 사업자들은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AT&T의 타임워너 M&A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반대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과도한 시장점유율로 인한 불공정경쟁, 그리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법원은 급성장하고 있는 OTT 시장을 감안할 때 방송시장 점유율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위원회(Ofcom)도 3년마다 실시하는 ‘미디어 다양성’ 평가에 인터넷 매체들도 포함하고 있고 거버넌스 개편 후 처음 발표된 BBC의 ‘2018·2019 연간계획’에서는 앞으로 BBC의 경쟁 상대가 넷플릭스나 유튜브라고 적시하고 적극적인 온라인 확장 전략을 명시했다. 실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BBC 3채널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급속한 방송시장의 구조적 변화에도 유료방송 점유율 사전규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규제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법 제정 당시에도 경쟁 사업자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특정 사업자를 목적으로 한 처분적 규제라고 비판받았던 법을 다시 시한 연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우리 방송시장이나 규제기구들은 여전히 ‘갈라파고스’에 머물러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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