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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작년 하반기 1억8,700만弗 순매도…'환율조작국' 오명 씻었다

한은, 외환시장 개입내역 첫 공개

"韓, 원화약세 유도하려 달러 매수" 美의심 불식시켜

대미 흑자도 200억弗 못미쳐…환율조작국 요건 안돼

개입내역 공개로 과도한 원화절상시 개입하기 어려워져

환율주권 지킬 방안 마련돼야

시중은행의 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9일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약 1억9,000만 달러 순매도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약 1억8,700만달러(약 2,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우려하는 원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달러화 매수 개입은 커녕 시장에서 달러를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번 내역 공개로 한국은 환율조작국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관찰 대상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와의 환율개입 내역 공개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우리는 총매수액과 총매도액이 아닌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제외한 순매수액만 공개하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외환당국이 달러를 얼마나 사고 얼마나 팔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순매수액 공개는 달러화 매수와 매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는지 여부 정도의 정보가 공개되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결과는 달러 매수 개입과 매도 개입이 한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그 동안 우리가 수출 증가를 위해 원화 약세(달러 매수)를 유도해왔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우리는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쌍방향으로 개입한다고 항변해왔다”며 “이번 공개는 외국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전일대비 변동율 평균)은 0.37%로 멕시코(0.64%), 러시아(0.63%), 브라질(0.73%) 등 신흥국에 비해 크게 낮았고 유로화(0.36%), 엔화(0.34%) 등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통화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시장 개입 내역 공개 기간인 지난해 하반기로만 한정해도 변동율은 0.36%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은 흐름을 나타낸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로 우리나라는 다음 달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미국과 1년간 환율 문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며 경우에 따라 미국 조달시장 참여 금지 등 제재를 받는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등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해 환율조작국보다 한단계 아래인 ‘관찰대상국’에 오른 상태다.





나머지 한 요건인 외환시장에서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에 해당하지 않아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가치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수 개입 규모를 늘렸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번 개입내역 공개로 우리는 환율시장에 한 방향으로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원화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달러를 순매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는 또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도 6년 만에 200억달러에 못 미쳤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2가지에서 벗어나 한가지(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만 남게 된 셈이다. GDP 대비 경상흑자는 지난해 4.7%였다.

다만 미국이 다음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에서 바로 제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번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린 국가에 대해 최소 1년(보고서 2차례)은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는 미 재무부의 원칙 때문이다. 지난 2017년 4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1가지에만 해당됐던 대만은 다음 보고서가 발표된 그해 10월에야 관찰대상국 목록에서 빠졌다. 우리나라는 2016년 4월부터 6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환율조작국이라는 오해는 벗을 수 있겠지만 미국의 원화절상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가치 안정(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 정책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도 절상 압력을 받는다. 문제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인해 원화 절상시 달러화 매수 개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환율조작국 이미지를 벗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원화 절상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때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개입으로 원화 약세를 유도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환율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9월말 두번째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대상 기간은 올해 상반기다. 이후에는 분기별로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당 기간이 지난 후 3개월뒤 발표한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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