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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 총선 열흘 앞두고 아랍에 대립각…'비비'의 5選 큰그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안보몰이

팔 '인티파다' 활용 총선 이기고

헤즈볼라와 교전 치르며 재집권

이-팔 '2국가 해법' 합의도 파기

선거 위기마다 안보 이슈로 극복

수억 수뢰혐의로 기소 당할 판에

軍참모총장 출신 야당 후보 부상

美 '골란고원 주권 인정' 도왔지만

비리·분열 조장에 국민들도 염증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등과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국경지대인 골란고 원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타냐후가 살아남으려면 분쟁이 필요하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지난해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에 이어 1년 만에 ‘군사적 요충지’ 골란고원까지 분쟁지역을 잇따라 들쑤시면서 중동의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갈등도 지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최고조로 치달으며 전면전 우려까지 제기되지만 정작 이 모든 분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달 9일로 맞춰진 총선시계만 바라보며 남몰래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열흘 뒤 총선에서 집권당 리쿠드당이 승리해 5선에 성공하면 오는 7월 최연소 총리에 이어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된다.

이스라엘은 동쪽으로 시리아, 남쪽으로 요르단, 북쪽으로 레바논 등 아랍 국가에 둘러싸여 1948년 건국 이후로 충돌이 계속돼왔다. 내부로도 팔레스타인과의 영토 귀속을 두고 지난한 싸움을 지속해왔다. 종교와 민족, 역사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힌 중동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리아와 52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골란고원 주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며 중동의 뇌관에 불을 붙였지만,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실제 군사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중동 이슬람권 전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거센 반발이 구두경고와 우려에 그치는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이란과 실제로 전면전을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아랍권 최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마지막 전쟁은 무려 12년 전이었다.

그럼에도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뜬금없이 골란고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하마스의 기습에도 비대칭적인 대규모 반격을 가하며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안보 문제를 이슈화해 재선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BBC방송은 “이스라엘은 이미 골란고원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미국이 주권을 공식 인정해도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원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4선 총리인 네타냐후는 이번뿐 아니라 1996년 최연소로 총리에 처음 당선됐을 때부터 안보 이슈와 민족주의를 자극해 보수시온주의 표심을 결집해왔다. 그는 당시 팔레스타인 폭탄테러로 급부상한 안보 이슈를 놓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시켜 그가 속한 우파 정당 리쿠드당에 총선 승리를 안겼다. 이후 1999년 총선에서 참패한 리쿠드당이 2001년 총선 때 바로 집권당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2000년에 발생한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를 계기로 이·팔 갈등을 부각시킨 덕분이었다. 네타냐후가 10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2009년 총선 때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하는 등 교전이 잇따른 가운데 레바논과 전쟁을 치르며 강해진 안보 이슈가 그의 재집권에 원동력이 됐다.

특히 2015년 4선에 성공했을 당시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안보 이슈를 활용했다. 네타냐후는 그해 3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국가로 존재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2 국가 해법’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철회했다.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 서안 지역이나 동예루살렘·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립을 허락하지 않겠다”면서 우파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에 호소했다. 선거 직전까지 패색이 짙던 리쿠드당은 그해 또 한 번의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중동 정치분석가인 달리아 샤인드린은 “네타냐후는 그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위기를 이용하는 법을 마스터했다”며 “이스라엘에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그의 인기는 커진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네타냐후가 전쟁을 일으켜도 우파 지지자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고 안보를 지켜냈다고 치켜세운다고 샤인드린은 덧붙였다.

다만 미국까지 동원해 불을 지핀 안보 이슈가 이번 총선에서도 그를 승리로 이끌 ‘만능열쇠’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이스라엘 검찰이 사업가들에게 수억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그를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이스라엘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네타냐후가 지난 10년여간 안전하게 국가를 지킨 것은 맞지만 그의 비리 혐의와 분열조장 행위(반아랍 선동)에 대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국민의 3분의2가 네타냐후의 부패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임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정파 연합이 이 틈을 타 기세를 떨치는 점도 리쿠드당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야당 연합의 총리 후보인 베니 간츠는 2011~2015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인물로 안보를 강점으로 내세워 네타냐후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간츠의 한 측근은 “승리의 열쇠는 네타냐후에게서 ‘미스터 안보’라는 타이틀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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