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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지방선거 찝찝한 승리...25년만에 앙카라 시장 내줘

여당 연합 51.7% 득표했지만 앙카라에서 25년만 패배

대도시 중심으로 에르도안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 커져

선거 후 리라 급락...신평사 터키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부부가 31일(현지시간) 밤 앙카라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앙카라=EPA연합뉴스




터키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25년 만에 앙카라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가 광역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수도 앙카라 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것은 경제를 무너뜨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터키 국영방송 TR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99% 개표 기준으로 AKP가 44.42%, ‘민족주의 행동당’(MHP)이 7.25%를 득표해 여당 연합이 이번 선거에서 총 51.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30.07%를, CHP와 연대한 ‘좋은 당’(IYI)은 7.46%를 각각 기록했다.

81개 주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의 30개 광역시장 경쟁에서 AKP가 16곳, MHP 1곳 등 여권 연합이 과반을 차지하자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여권연대는 지난해 대선 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52.5%)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며 이번 선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16년 만에 주요 선거에서 첫 실패를 맛봤다며 부정적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집권 여당이 25년 만에 앙카라 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앙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25년 전 시장에 당선돼 정계에 본격 입문했던 상징적 도시이기도 하다. 게다가 터키 최대 도시이자 경제·문화의 중심인 이스탄불에서도 개표 막판까지 1·2위 후보가 초접전을 펼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판론이 확산됐다. 이스탄불에서는 일단 AKP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98.8% 개표 기준 후보 간 격차가 0.05%포인트에 불과해 야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9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찬반 투표 성격이 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입법·행정·사법부를 장악한다는 내용의 제왕적 대통령제 내용을 담은 개헌에 성공한 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며 30년 이상 장기집권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터키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이고 물가가 연간 24%나 치솟는 등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앙카라에서의 야당 승리 소식에 이날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 1.5%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터키 외화보유액 감소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지난 31일 밤 10시께 TV 연설에서 “AKP가 터키 전역에서 앞섰다”면서도 이번 결과를 의식한 듯 “내일 아침부터 우리의 결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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