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을 상속받은 미국 외교관인데 은퇴하면 한국에서 같이 살고 싶다” “파병근무로 포상받은 전 재산을 보낼테니 운송료를 보내달라”는 등 이른바 ‘로맨스 스캠’ 사기 수법으로 한국인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피해금액만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나이지리아인 A(40)씨와 한국인 B(64)씨 등 7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8월경부터 2018년 6월경까지 1년간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는 데 항공료·통관비·보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을 상대로 14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와 메신저를 이용해 무작위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자신을 ‘시리아에서 포상금을 얻은 미군’, ‘거액을 상속받은 미국 외교관’이라고 사칭한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환심을 산 뒤 친분을 이용해 거액을 요구했다. “제대하거나 은퇴하면 한국에 가 같이 살고 싶다”며 “전 재산을 보낼테니 운송료를 보내달라”거나 “금이나 현금을 보낼테니 통관비를 보내달라”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수법이었다. 남성 피해자들에게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미국 외교관인데 자금세탁방지 증명서 발급비용을 빌려달라”거나 “카드로 숙박비와 체류비를 미리 결제할 테니, 숙박비를 빼고 남은 체류비를 계좌로 입금해 달라”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거액을 송금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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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한국·중국·홍콩·인도 등에서 활동하는 서아프리카에 본부를 둔 국제사기조직 ‘스캠네트워크(Scam Network)’ 조직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로맨스 스캠’ 사기로 국내에서 경찰에 붙잡힌 이들과 같은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입국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노려 한국을 범행지로 선택했다. 라이베리아 국민은 한국에 90일간 무사증입국이 가능한데다 인근 나이지리아, 가나, 토코인들이 수십 달러만 내면 라이베리아 위조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어 한국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인들로부터 빼앗은 범죄수익금을 아프리카 출신 흑인 명의의 국내 은행 계좌로 입금받아 인출하거나 우편환송금의 일종인 머니그램을 이용해 가나, 나이지리아 등으로 빼돌렸다. 범죄수익금은 주로 생활비나 명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금 중 일부는 다시 한국으로 들여와 환전한 뒤 중고차부품을 구입해 아프리카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이 이런 수법에 잘 속는다”며 “이 같은 수법으로 접근하는 외국인에게 송금할 때에는 지인들과 함께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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