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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자전거 도둑





-신현정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자전거가 탐난 게 아니라 봄밤에 설렌 거였군요. 바늘 하나 훔치지 못하는 당신, 무릉의 빛깔에 마음뿐인 도벽이 일었군요. 뉘라서 가슴 울렁이지 않겠어요. 저마다 춥고, 긴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왔으니까요. 꿀술에 취한 벌들 팔자 춤을 추고, 겨우내 시끄럽던 직박구리도 명창이 되었더라니까요. 마음껏 한 바퀴 휘돌아 오셔요, 녹슨 짐자전거에 걸터앉아 공회전이나 하지 마시고. 달빛과 복사빛에 흠뻑 젖어 오셔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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