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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이드]청와대의 인사검증은 왜 자꾸 실패할까

조국 조현옥 책임론 불거지지만 "특별한 문제 없다"는 靑

靑 인사검증팀 비공개 장소에서 신상 샅샅이 뒤지지만

후보자 공개 안된 상태에서는 인사검증 한계 토로

청와대 검증과 국회 검증의 결정적 차이는 '제보 유무'

그럼에도 '정치 책임'은 별개,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靑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지명 철회, 자진 사퇴 형태로 낙마한 것을 놓고 청와대를 향한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인사 및 검증 라인의 책임자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는 조국 수석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두 수석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일과 2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이면서도 두 수석의 경질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윤 수석은 “이번 건은 언론이든 다른 쪽에서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지적은 특별히 들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누가 무엇을, 민정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사 쪽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런 지적이 없는 것으로 지금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얼핏 듣기에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하고, 인사검증에 실패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습니다. 그런데도 내부적인 문제가 없다니요. 오만한 청와대라는 비판이 빗발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논리에도 일견 타당한 부분은 있습니다. 일단 왜 그런지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청와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곳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입니다. 이 비서관실 산하에 인사검증팀이 있고 각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약 15~16명 내외의 인력들이 인사검증을 담당합니다. 국세청, 경찰청, 출입국관리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에서 파견된 에이스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파견된 부처와의 협업 등을 통해 고위 공직자의 재산 및 금융 거래 내역, 부동산 거래 현황, 세금·증여 문제, 출입국 이상 징후, 성 추문 등을 샅샅이 뒤집니다.

인사검증팀은 청와대 내에서도 가장 ‘철통 보안’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같은 청와대 직원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 경내에 인사검증팀이 위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서울 시내 모처에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부서의 청와대 직원들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성역 같은 곳입니다.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7대 원칙에서 시작합니다. ①병역기피 ②세금 탈루 ③불법적 재산증식 ④위장전입 ⑤연구 부정행위 ⑥ 음주운전 ⑦성 관련 범죄 등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매우 느슨합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은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자녀 학교배정 등의 목적으로 2회 이상한 경우 임용에서 배제한다’ 입니다. 시기, 목적, 횟수 등을 느슨하게 설정해놨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야당 등이 ‘말도 안되는 인사기준’이라 비판하지만, 이렇게 인사기준을 만들어 놓은 이유도 있습니다. 기준이 너무 빡빡하면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사검증팀이 이 7대 원칙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기본적인 요건일 뿐이고, 실제 청와대가 다방면으로 수집할 수 있는 후보자의 신상 자료들을 모두 뒤집니다. 재산이 어떤 흐름으로 불어났는지, 특이한 금융거래는 없었는지, 직계비속 등이 범죄에 연루된 적은 없는지 등이 모두 인사검증팀 테이블 위에 오릅니다. 후보자와 관련된 성추문 등도 검증 대상입니다. 다만 이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기에 경찰의 세평에 의존합니다. 전국 각지에 뻗어있는 경찰의 정보망에는 유명 인사들의 다양한 정보가 망라돼 있습니다. ‘소문’으로 시작돼 ‘정보’로 만들어지는 세평에 성추문이나 후보자와 관련된 이상 징후 등이 명시돼 있으면, 인사검증팀은 후보자 주변부 탐문을 통해 소문의 진위를 파헤칩니다.



이런 검증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청와대 나름의 혹독한 검증을 통과하고 나서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이 속속 터져 나옵니다. 이번에는 조동호 후보자가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부실학회에 참석한 것이 중대한 결격 사유로 불거져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오후 비서실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고 조동호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제보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가장 핵심은 결국 제보”라며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후보자가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다 보니 제보를 받을 통로가 매우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가 노출된 상태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라는 또 한 번의 검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보자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1단계 청와대 검증과 후보자가 공개된 이후의 2단계 국회 및 언론 검증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결정적인 차이는 ‘제보 유무’라는 얘기입니다.

청와대 강기장 정무수석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과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가 조국 수석을 감싸는 표면적인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아무리 걸러도 노출되지 않는 후보자의 ‘사적인 영역’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제보가 아니면 도저히 밝혀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동호 후보자의 부실학회 참석 논란만 해도 본인이 먼저 실토하지 않는 한, 연구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인사검증팀이 찾아내 검증하기는 어려운 이슈라는 것이 청와대의 논리입니다. 윤 수석이 기자들에게 “청와대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부실 검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아주 타당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국정원이 갖고 있는 파일은 경찰청의 파일에 비해 무서울 정도로 촘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민간 사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정보부서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국정원이 갖고 있는 인사 파일 역시 들여다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 정보가 다소 부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 정보는 달콤한 독약과 같아서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이 강하지만, 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순간 국정원에 의지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의 정보 능력도 문재인 정부 들어 일취월장 했다”며 “단순히 국정원 정보를 안보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위공직자 검증 시스템의 전반을 이해한다 쳐도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을 감싸는 청와대의 논리는 여전히 궁색하긴 합니다. 정치책임이란 것은 결국 결과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도가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정치입니다. 독일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선(善)한 동기만으로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면 안 되고,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국민이 대통령과 정치인을 바라보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조국 수석은 지난해 11월 25일 페이스북에 “정치, 정책은 ‘결과책임(Erfolgshaftung)’을 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과연 지금 문재인 정부와 조국 수석은 정치의 결과 책임을 지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 전 인사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 정부 첫 장관 후보자 철회이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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