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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선거연령 18세로 하향 - 반대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편향된 세력에 '교실의 정치화' 우려





최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선거연령 하향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향을 주장하는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부분이 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인정하는 등 선거연령의 하향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18세 청소년들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 충분하므로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거나 북한에서도 17세가 되면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19세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연령만 하향하는 것은 우리의 중등교육 학제와 민법상 미성년자 등 관련 제도와 법률 상호 간의 정합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주로 고교 3학년 학생에 해당하는 18세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선거연령 등 국민의 참정권 행사 범위와 방법은 나라마다 특수한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로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나라인 소위 ‘30-50클럽’에 가입한 당당한 나라이므로 아직도 OECD 국가 등과 비교하는 경제선진국 콤플렉스에 빠질 이유도 없다. 더구나 우리의 선거연령을 북한과 비교하는 것은 투표의 자유를 부인하고 공개투표를 강요하는 북한의 선거제도를 자유롭고 민주적인 우리의 선거제도와 동일시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행 민법상 18세 이하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미성년자 제도 및 소위 ‘18금’이 상징하는 청소년보호법상 18세 청소년에 대한 술이나 담배 등의 판매금지, 유해업소 출입제한 등은 청소년을 규제하려는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거연령 제한은 거짓과 유언비어, 흑색선전과 선동이 난무하는 부정선거 등 후진적 정치판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일부에서는 18세 청소년의 납세 및 국방 의무와 선거권을 비교하면서 불균형을 주장하지만 납세나 국방 등 국민의 4대 의무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서로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민법과 공직선거법이 정한 성인연령과 선거연령 19세는 모두 교육기본법상 초중등교육 과정을 12년(6-3-3)으로 하는 우리 학제(교육편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이 만 19세에 이르기까지 초중등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성인으로서 경제생활과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된다고 보아 성인연령과 선거연령을 일치시키는 등 제도와 법률 사이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 상당수의 OECD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연령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차례 우리 헌법재판소도 선거연령을 민법상 성인연령에 맞춰 19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확보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권이나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권과 같은 참정권의 행사능력은 국가의 안위와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민법상 행위능력보다 더 낮을 수는 없다.

18세 청소년들에게 우선 선거권을 부여하게 되면 당장 그들에게 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은 물론 선거운동의 자유와 함께 정당의 설립·가입·활동 등 본격적인 정치활동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편향된 정치세력이 중등교육 학원의 정치화와 함께 학생들을 정치 도구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두고 공부에 전념해야 할 고3 학생들을 오염된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중등교육 과정을 만 6세부터 만 18세까지 12년(6-3-3)으로 하는 우리 학제의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 여론을 수렴해 먼저 선거연령과 성년연령을 일치시키고 국민투표법, 정당법, 청소년보호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소년법 등을 함께 검토해 관련 제도 및 법률 상호 간 체계 정합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정치권은 청소년의 정치참여라는 교육적 의의를 내세우기에 앞서 우리 정치의 품질을 개선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방안부터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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