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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 찬성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래 정책소비자' 청소년 투표권 가져야





대한민국 유권자의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조는 19세 이상의 국민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마저도 지난 1960년부터 20세였던 것이 2005년부터 다시 19세로 낮아진 결과다. 당시에도 이왕에 바꿀 거라면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아예 18세로 낮추자는 말이 없지 않았지만 고교 3학년생이 정치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반대에 막혔다. 그러나 그 뒤에도 선거연령을 더 낮추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았는데 2017년 1월11일에는 이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다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선거연령이 아직도 19세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창피한 것이다. 16세에도 투표권이 보장된 국가(아르헨티나·오스트리아·브라질·쿠바·에콰도르·몰타·니카라과·스코틀랜드)가 적지 않다. 17세부터 투표할 수 있는 국가가 동티모르·에티오피아·그리스·북한·인도네시아·수단·남수단 등이다. 이에 비해 투표연령이 20세인 국가(바레인·나우루·대만)와 21세인 국가(카메룬·쿠웨이트·레바논·말레이시아·오만·사모아·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18세부터 투표권을 보장한다. 일본도 2016년부터 19세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췄다. 그 뒤 19세 선거연령을 고수하는 국가는 이제 전 세계에 달랑 우리 하나만 남았다.

게다가 19세 선거연령은 국내 법체계나 인권 현실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가령 한국에서 18세부터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책임을 지는데 정작 투표권은 보장받지 못한다. 18세부터 9급 국가공무원이 될 수는 있어도 투표는 하지 못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8월 이미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출하면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보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도록 권고하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에서 투표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득실에 따른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18세인 고교 3학년생에게 투표가 허용된다면 교사에 의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부터 이미 부모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시대인데 고교생이 교사의 가르침을 그리 잘 따르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아예 18세에 대학생이 되도록 학제까지 고치지 않는 한 투표연령을 낮추지 못한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장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16세·17세·18세 유권자가 고등학생 때부터 투표하는 사례는 어떻게 설명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도 투표연령을 18세 또는 그 이하로 낮춰야 하는 근거는 다른 데서 더 생기고 있다. 선거에서 점차 복지공약이 확대되는 중인데 미래에 이를 부담해야 하는 게 바로 18세 또는 그 이하의 청소년이다. 자신의 어깨를 앞으로 수십 년 짓누를 복지정책 등을 결정하는 선거에 18세 또는 그 이하의 청소년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감선거도 청소년의 현재를 규정하는 교육정책의 경연장이다. 부모세대는 물론이지만 직접적 정책소비자인 청소년이 투표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2013년 헌법재판소가 19세 미만은 독자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갖추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투표연령을 19세 또는 18세로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국회의 입법재량권으로 인정했다. 민법상 성인도 현재 19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헌법재판소가 18세의 능력을 달리 판단할 수도, 민법의 성인연령 규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2018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했듯이 이번에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적극적인 입법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1948년 21세로 시작했던 대한민국의 선거연령이 1960년에 20세로 낮아진 뒤 2005년에 다시 19세로 낮아졌다. 이제 곧 세계적 수준으로 더 낮아지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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