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무승부’라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내에 무거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국회의원 2곳, 기초의원 3곳에서 실시한 보궐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완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당내 자성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자칫 정국 주도권을 야당 측에 뺏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홍영표(사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 뒤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이날 ‘신문의 날’ 기념행사 참석 외에는 공식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배경에는 선거 결과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경남(PK) 지역에서 1년 새 민심이 돌아서는 ‘격세지감’을 겪으면서 정국 운영은 물론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민심이반’을 인정하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이들 당 지도부 근심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민심의 바다는 여당에 대해 항상 평온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며 “더 잘못한 쪽을 정확히 찾아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국민 심판론을 앞세워 대(對)여 투쟁에 가속을 붙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단 한 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정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선거이기도 했다”며 “사상 유례없는 여야 단일화까지 하고도 초박빙의 결과가 나온 것은 잘못된 정책을 당장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날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은 도무지 장관이 될 자격이 없고, 청와대 대변인은 대출 특혜로 건물주가 되는 등 온통 ‘내로남불’ 천국이 되고 있다”며 현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 정권은 본인 실정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이나 문제 인식을 못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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