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해 ‘조국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인사의 임명을 강행했다’는 자유한국당의 지적에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노 실장은 4일 국회 운영위에서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이 강행된 장관급이 12명에 달한다”는 이만희 한국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청문보고서 없이 청와대로 올라온 사람 중에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왜 예외적인 상황을 자꾸 강요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역대 정권에서 다 그랬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국회가 직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회에 책임을 물었다. 노 실장은 다만 “인사 추천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검증을 엄격히 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해외 이주 의혹에 대한 질문에도 “(문다혜씨에 관해) 거론되는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과 다른 억측에 불과하다”며 “사생활에 관한 것이고 결국 언젠가는 밝혀질 일인데, 밝혀지고 나면 의혹을 제기한 분들이 아마 쑥스러울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한국당은 인사 검증의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이 불출석한 것이 ‘국회 무시’라고 비판하며 조 수석의 출석을 요구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이번 업무보고의 중점은 낙마한 장관의 부실 인사 검증인데 그 당사자가 바로 조 수석”이라고 꼬집으며 “차라리 인사 검증 실패에 면목이 없어서 못 나온다고 하면 이해할 만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하면 앞으로 청와대 업무보고를 어떻게 받겠나. 이번 인사 검증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일은 없는지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여당은 ‘한국당 집권 시절 단 한 명의 민정수석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국회에 출석한 민정수석은 문재인·전해철·조국 수석이다. 왜 한국당이 집권하던 9년 동안은 한 명도 출석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강 의원이 노 실장에게 “인사권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인사추천자가 비겁하게 대리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도록 건의할 생각은 없나”고 질문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말을 가려서 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재개발 투기 의혹, 청와대 관사 거주 문제에 대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김 전 대변인이 대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지만 노 실장은 “은행 측이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면서도 “만일 필요하다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또 김 전 대변인이 사퇴 이후 관사에 계속 머물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사에서 오늘 나갔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파상공세에 민주당은 ‘김학의’ 카드를 꺼내 맞섰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장관이 차관의 성폭행 사건 연루를 알면서 차관 임명에 협조했다면 무능한 ‘바지장관’이거나 ‘장관 경질 사유’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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