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24시] ‘아름다운 조화’ 선도하는 성숙한 한일관계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내달 새일왕 맞는 日 연호 '레이와'

日정부 '명령' 의미 아닌 '조화' 밝혀

韓日 성숙한 관계 위해 상호 노력을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오는 5월로 예정된 새로운 일왕의 즉위에 맞춰 사용하게 될 연호를 ‘레이와(令和)’로 하기로 각의에서 결정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조기퇴위로 새로운 일왕에 오르게 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재위기간 중 사용하게 될 ‘레이와’라는 연호에 대해 일본의 안팎에서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두드러진 비판의견은 ‘레이와’의 ‘레이(令)’가 일반적으로 ‘명령’의 의미로 쓰이기에 부정적인 측면을 함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이터통신은 명령, 즉 영어의 커맨드(command)나 오더(order)를 의미하는 ‘레이’를 사용하기에 “권위주의적 뉘앙스가 일부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일본의 전통야당인 사민당에서도 제시됐다. “레이는 명령의 레이이기도 해 아베 신조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에 대한 규율과 통제의 강화가 드러난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명령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레이’에는 아름답다는 의미도 있다며 외무성을 통해 그 의미를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라고 설명하고 있다.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 언론이 한일관계와 연관된 많은 다른 사안들과는 달리 감정적 평가를 앞세우기보다 사실만을 건조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름다운 조화’라는 설명이 가능한 것처럼 그 의미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 채택 경위를 보면 다분히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데도 이러한 반응이기에 흥미롭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고전에서 유래를 찾던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일본의 고대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에서 유래를 찾고자 한 것은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고양하려는 아베 내각의 보수주의 및 애국주의가 발동된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이 이처럼 냉정하게 반응하는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볼 수 있다. 하나는 최근의 한일관계가 매우 심각한 갈등 상황에 있다는 것은 초계기 저공비행 소동 혹은 레이더 조사 문제에서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에 자제하려는 노력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도 갈등을 안보문제로까지 키워서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자제력을 가진 성숙된 반응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레이와’라는 용어가 낯선 것이 사실이고 외국 언론의 지적처럼 명령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생각해보면 ‘영부인’이나 ‘영애’ 등의 용어에서 보듯이 한국으로서는 이미 사용되는 용법이기에 크게 낯설지 않고 설명하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거기에 조화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화’에 ‘영’을 붙였다면 다소 권위적 뉘앙스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출처로 지목된 만요슈의 차용 문구인 ‘초춘영월(初春令月), 기숙풍화(氣淑風和)’의 ‘영’은 분명 아름다움을 뜻한다. 즉, 초봄의 달과 바람이 아름답고 부드럽다며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레이와에 “아름답게 마음을 주고받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 자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아베 총리의 설명도 지나친 해석으로 들리지 않는다.

‘레이와’에 대한 한국 내의 이와 같은 반응을 보면서 갈등적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보는 것 같다는 안도감도 든다. 현재의 갈등적 한일관계는 서로의 다른 입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이나 한일 양국에서 공히 나타난 세대변화나 경제적 위상변화,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 및 대응에 차이를 주는 역사문화적 측면 등과 같이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결국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앞세우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어떠한 국가도 자기주장만을 앞세울 수 없지만,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나 일본은 더욱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과 유연성, 즉 아름다운 조화를 기본으로 하는 성숙함만이 양국관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및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자국의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