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 낙태죄 위헌여부 가려진다. 7년 만에 판단 바뀔까

태아의 생명권 VS 임산부 자기결정권

‘2012년 합헌결정과 다를 것’ 전망 많아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낙태죄 폐지 반대한다’/연합뉴스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법이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가리는 결정이 11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진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만약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1953년 낙태죄가 규정된 지 66년 만에 낙태죄가 사라지게 된다.

■낙태죄는 무엇

현행법은 낙태죄를 통상 두 가지 형법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자기낙태죄’의 경우 형법 269조로 규정하고 있는 범죄로,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0조는 ‘동의낙태죄’로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즉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것이다. 임신으로 여성의 건강이 심각하게 손상될 우려가 있거나 본인 혹은 배우자가 법으로 정해진 장애나 병이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을 당했거나 결혼할 수 없는 친·인척간에 임신한 경우만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적 낙태로 인정한다.

헌법소원을 낸 산부인과 A씨는 동의 낙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 2017년 2월 동의낙태죄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동의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두 조항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아 심리를 진행해 왔다.

낙태죄 둘러싼 찬반 입장/서울경제DB


■낙태죄 핵심 쟁점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은 7년 전인 2012년 8월에도 한 차례 있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낙태죄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태아를 생명으로 보지 않고 여성의 결정에 좌우되는 존재로 본다면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하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낙태죄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태아의 생명권 존중’으로 요약된다면 반대 입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귀결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불법 시술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불법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성의 건강권 침해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지투데이




■종교계 VS 여성계, 팽팽한 찬반 논쟁

66년 동안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았던 이유는 사안을 둘러싼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낙태죄 합헌’을 대표하는 종교계와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의 찬반 논쟁이 팽팽했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는 11일도 인근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를 요구해온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헌재 결정과 관련해 대중집회도 예고했다.

개신교 단체들이 중심이 된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도 이날 오후 1시 헌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성명서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존중이라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 입각해 볼 때, 낙태죄는 앞으로도 계속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향적 평가받는 헌재... 위헌 결정 나올까 촉각

법조계에서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는 물론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6기 헌법재판관들이 진보 성향에 가까워 낙태죄 처벌에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위헌 결정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기에는 아직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임신 초기 낙태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일정 기한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식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헌재가 낙태죄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은 클 전망이다.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론 내리면 취지에 맞춰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임신 몇 주 내 낙태가 가능할지, 낙태 허용 사유로 어떤 것을 포함할지 등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경우 단순 위헌결정과 달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어 낙태죄 형사재판과 관련해 추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