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의 산증인이자 657억원에 달하는 서울대 사상 최고액의 기부금을 전달한 김정식(사진) 대덕전자 회장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9년에 태어나 함남 조선전기공고를 졸업한 김 회장은 서울대 전자통신학과에 다니던 중 6·25전쟁을 만나 공군에서 복무했고 전역한 후 본격적으로 전자 제조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설립한 대덕전자는 국내 전자산업 발전의 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65년 무역 업체인 대덕산업으로 출발한 대덕전자는 1972년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흑백TV 인쇄회로기판(PCB)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TV와 PC·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필요한 PCB에 주력하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900억원, 순이익 2,600억원을 기록하고 직원 1,700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국내 전자산업의 발전에 대한 김 회장의 뜨거운 열정과 관심은 사회공헌활동으로 고스란히 연결됐다. 1991년에는 사재를 털어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워 사회공헌사업도 활발히 해왔다. 2월에는 모교인 서울대 공과대학에 ‘인공지능(AI)센터’ 신축에 써달라며 예금 등 사재 5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AI 등 미래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해외 유수 대학에 서울대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부 의도를 밝혔다. 고인이 서울대에 기부한 금액은 이를 포함해 모두 657억원에 달해 서울대 기부자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5일로 예정됐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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