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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美, 항모 몸집 줄였지만 전투력은 UP..동북아 바닷길 격랑 예고

<84>대형 강습상륙함 전성시대 열리나 

美, 예산절감 위해 항모전단 축소..경항모로 전환 추진

최신 아메리카함, 日에 상시 배치해 中 항모확대에 대응

고성능 전투기 F-35B 배치로 70년대 제해함 사실상 부활

한국도 독도급 3번함 건조해 수직이착륙기 도입할 수도

남중국해 작전을 마치고 필리핀 수빅항으로 입항 중인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 육안으로 확인되는 F-35B 전투기만 10여대에 이른다. 이전까지 전투기는 많아야 4~6대를 탑재하던 대형상륙함에 가급적 많은 전투기를 싣기 시작했다는 점은 경항모로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사진=미 해군




정규항공모함의 비중이 줄고 항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대형 강습상륙함 시대가 열릴까. 미 해군의 최근 전략 변화 조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항모 해리트루먼호를 예비함대에 편입시키는 대신 아메리카급과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을 항모처럼 운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성능 F-35B 전투기의 생산과 배치가 본격화한 데 따른 현상이다.

주목할 대목은 극동 지역 미 해군의 전력은 보다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일본 사세보항에 배치할 계획이다. 동북아 해역에서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은 도널드레이건호와 더불어 아메리카급을 운용함으로써 ‘항모+준항모 2척 항시 배치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규항모 1척을 상시 배치하는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항모 전단을 추가 배치해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도 미 해군의 항모 및 타격 전력 재배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미 이즈모급보다 훨씬 대형인 상륙함(경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한국 해군이 이런 추세 속에서 독도급 3번함을 어떤 규모로 언제 건조할지 주목된다. 독도급보다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급 3번함이 현실화하면 40대가 도입될 F-35A 전투기에 더해 F-35B 전투기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도 높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모 8번함인 해리트루먼. 10만6,000톤의 거대한 덩치를 지닌 이 항모의 핵 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예비함대에 편입, 보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산 절감을 위해서다./사진=위키피디아


◇미 해군, 과연 항모 줄일까=변화의 축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 타격 전단. 핵추진 항공모함과 65대 이상의 함재기, 이지스 순양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척, 공격형 핵잠수함 2척, 보급함 등으로 구성되는 항모전단을 12개, 항모를 11척 보유하고 있으나 9개 전단만 운용 중이다. 그나마 전진 배치되거나 실제 해역에서 작전 중인 전단은 갈수록 축소되는 추세다. 막대한 획득 및 운영비 탓이다. 최신형인 포드급 항모 한 척의 건조비만도 130억달러. 이지스 구축함은 약 18억달러, 핵잠수함은 15억달러에 이른다. F-35B 전투기는 공군용 F-35A보다 가격이 25%가량 비싸다. 함재기를 포함해 항모전단을 새로 하나 꾸리자면 무장을 제외하고도 한국 국방예산의 절반으로도 부족하다.

미 해군은 신형 포드급을 속속 건조해 최신형 항모로 구성된 11개 항모전단 체제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나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달 말 하원군사위원회에서 ‘미국의 생명선 유지가 중요하다’면서도 ‘미래를 위해 해리트루먼을 묶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핵연료 재충전을 앞둔 트루먼호를 예비함대로 돌리겠다는 뜻이다. 반대론이 일고 있지만 항모축소론은 만만치 않다. 역사도 깊다.

비행갑판에 F-35B을 싣고 항진 중인 아메리카함. 미국은 최신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를 일본 사세보항에 상시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 지역에서 정규항모와 경항모와 동시에 운용되는 것으로 미 해군의 억지력도 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위키피디아


◇40년 이상 이어온 항모축소론=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영국이 미래 함정으로 제해함(制海艦·Sea Control Ship) 개발에 공들인 적이 있다. 배수량 1만4,000톤급에 대잠헬기 17기와 해리어 수직이착륙기 3대를 탑재하는 제해함의 구상이 나온 배경은 소련 해군의 성장.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국방예산을 쏟아부을 때 대형함정을 속속 건조한 소련 해군에 대응하고 초대형 항모건조에 투입되는 예산을 아끼자는 발상에서 나왔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정규항모가 아니라 에섹스급 또는 민간상선을 개조한 호위항모를 활용했던 경험을 되살리자는 발상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으나 흔적은 깊게 남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항공모함이 미국의 제해함 설계안에 영향을 받았다. 영국의 스키점프대를 갖춘 중형 항공모함도 마찬가지. 특히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 항모들이 해리어 전투기로도 역할을 해내자 중형 항모 건조에 불이 붙었다. 미국은 제해함 대신 상륙함의 덩치를 키웠다. 1960년대 초반부터 7척을 건조한 이오지마급 상륙함은 1만8,474톤이었으나 제해함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인 1976년부터 취역한 후속함 타라와급 상륙함(5척)의 만재배수량은 4만4,056톤으로 커졌다. 1989년부터 8척이 취역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와스프급도 마찬가지. 만재배수량(4만1,150톤)이 줄었어도 길이는 오히려 늘어났다.



◇미 해군, 걸프전에서 경항모로 활용=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강습상륙함이 ‘대형’이라고 해봐야 7,000∼2만톤 이내, 경항모에서 상륙함으로 개조한 함정도 2만4,000톤 안짝이던 시대에 미국이 어떤 의도로 상륙함을 4만톤급 이상으로 키웠는지 걸프전에서 확인됐다. 통상 헬기 19 ~26대와 해리어 전투기 6대를 탑재한다고 알려진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함은 해리어 전투기 25대를 탑재하고 항공근접지원에 나서 128톤의 폭탄을 퍼부었다. 제공권을 장악한 가운데 실시된 작전이었지만 언제든지 강습상륙함을 항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전에서 증빙된 것이다.

◇상륙함이라 쓰고 경항모로 읽는다=평소에는 많아야 전투기 5~6대를 싣던 와스프급 상륙함에 10대 이상을 적재해 작전지역에 투입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전투기 기종도 달라졌다. 개량형 해리어에서 F-35B로 전환한 것. 미 해군이 멀게는 2차 대전부터 짧게는 제해함을 추진하던 시절부터 구상해온 보조 항공모함 또는 경항모 운용 전략이 F-35B 전투기의 배치로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신 상륙함인 아메리카급에는 상륙용 주정을 탑재할 공간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경항모로 운용한다는 설계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조 중인 아메리카급 3번함 부겐빌호에는 상륙주정 탑재 시설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군과 해병대는 추가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1970년 초반 추진했던 제해함 상상도. 대형항모 옹호론에 밀려 무산됐지만 각국의 대형상륙함과 중소형 항모 건조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대형상륙함을 경항모처럼 운용하는 방안도 제해함 프로젝트의 부활로 볼 수 있다. 대상이 구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사진=위키피디아


◇주변국도 영향 받을 듯=미국은 와스프급 8척에 아메리카함 1척을 더해 9척을 운용 중이다. 곧 취역할 아메리카급 2번함 트리폴리까지 합치면 10척으로 늘어난다. 아메리카급은 만재배수량 4만5,693톤으로 크기가 중형 정규항공모함과 맞먹는다. 대형상륙함에 F-35B 전투기를 탑재해 경항모로 운용할 나라는 더 있다. 호주와 일본·스페인과 이탈리아에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서 미 해병대 고위인사가 독도급 3번함을 건조해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하는 방안을 권고한 적도 있다. 올해에 2만7,079톤급 아나도루급 강습상륙함을 진수할 예정인 터키도 미국과 관계가 나아지면 F-35B 도입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도 잠재적 운용국가로 꼽힌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동일한 함재기와 비슷한 경항공모함을 갖춘다면 그 지향점은 한 곳이다. 중국. 미국이 상륙함을 경항모로 운용하고 동맹국까지 합세하는 그림이 중국에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미국 입장에서 주 견제 대상은 아니지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한 항공모함 아드미랄쿠즈네초프가 시리아 내전 지원에 투입된 후 크고 작은 문제를 드러내 오는 2021년에야 재취역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예 항모를 대체 전력 없이 포기하고 중국이나 인도에 매각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쿠즈네초프가 어디로 가느냐가 주목된다. 중국은 항모 이외에 4만톤이 넘는 075급 3척을 건조 중이지만 함재기가 적당하지 않아 서방진영처럼 경항모로 운용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다르게 가는 나라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중국은 정규항모를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는 최근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 2번함 건조계획을 밝혔다. 정규항모를 확충하려는 국가들과 항모 축소를 공론화하며 동맹국의 경항모까지 규합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언제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수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야흐로 세계의 바다가 구조와 질서 재편의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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