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과 일제에 맞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꼭 적대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1607년부터 200여 년 동안 총 12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파견한 ‘통신사’의 역사를 보면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이룬 조선의 외교력이 돋보인다. 통신사를 먼저 요청한 것은 일본 쪽이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일본은 조선과의 관계회복을 급선무로 꼽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국익 우선의 전략이었다. 당시 조선이 명나라와 청나라에 파견한 사신인 ‘연행사’에 비해 ‘통신사’의 직급은 낮았으나 예우는 충실히 갖췄다. 통신사가 일본에 다녀오는 데에는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렸다. 그 길에서 통신사는 일본의 서민에서부터 막부 관료까지 두루 만나며 전방위 외교를 펼쳤다.
저자는 12번의 통신사가 다녀온 길을 따라 40일간 총 2,000㎞를 되짚었다. 역사학자답게 통신사 행렬의 반추에 그치지 않고 조선이 일본과 어떻게 관계를 회복했는지를 탐구하고 이를 오늘날 외교 문제를 푸는 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탐색했다. 당시 통신사가 맡은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전쟁통에 일본으로 잡혀간 조선인 포로를 칭하는 피로인(被虜人)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었다. 일본이 바로 사과하고 그들을 조선으로 돌려보낸 것은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성의를 표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오늘날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은 오히려 400여 년 전보다 후퇴한 듯하다. 2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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