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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에서 공존으로" 예술로 재해석한 DMZ, 일본 첫 전시

日하라미술관, DMZ 주제 ‘자연국가 展 ’ 개막
최재은·승효상·반 시게루 등 5개국 작가 참여
경비초소 철조망 녹인 철판으로 ‘연결’ 징검다리
DMZ 내 생태계 보존 강조하는 작품들도 선보여
“취지 공감” 하라미술관 제안·KF 지원으로 성사

'분단에서 공존으로' 예술로 재해석한 DMZ, 일본 첫 전시
DMZ 감시초소 철조망 잔해를 녹여 만든 설치미술가 최재은의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hatred melts like snow)’/송주희기자

#직사각의 은색 철판들이 디딤돌처럼 늘어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듯 각기 다른 주름의 철판들이 하나의 길을 내어 이곳과 저곳을 이어준다. 은빛 길 따라간 끝자락엔 흑백 영상 하나가 돌아간다. 한데 엉킨 철선이 불 속에서 녹아내린다. 몸을 녹여 ‘연결의 길’을 만든 철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 남과 북을 가른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의 철조망 잔해이다. 한반도 분단의 아픔과 평화를 향한 염원이 담긴 이 작품은 설치미술가 최재은의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hatred melts like snow)’. 그리고 이 길이 난 곳은 남도 북도 아닌 일본의 중심, 도쿄다.

'분단에서 공존으로' 예술로 재해석한 DMZ, 일본 첫 전시
건축가 승효상이 DMZ 내 조류 생태를 조사해 만든 서식지 구조물 ‘새들의 수도원’/송주희기자

DMZ를 주제로 한 전시 ‘자연국가(自然國家·The Nature Rules)’가 일본 도쿄의 하라미술관(原美術館)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해 한국·일본·독일·덴마크:인도 등 5개국 작가들이 DMZ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고안한 20점의 설치·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남북 분단의 상징 DMZ를 조명하는 전시가 일본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을 맡은 최 작가는 개막 전날 하라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처음에는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점차 취지에 공감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나 지금은 20명의 사진가와 건축가, 과학자 등이 함께하고 있다”며 “한 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DMZ라는 공간, 그 생태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게 프로젝트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초청된 최 작가의 ‘대지의 꿈(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를 발전시킨 것이다. 대지의 꿈 프로젝트는 DMZ의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한다. ‘지뢰가 가득한 DMZ에 사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목제 보행로를 설치하면 어떨까’라는 최 작가의 상상을 반 시게루가 200분의 1 크기의 모형의 공중정원으로 구현했고, DMZ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많은 공감과 함께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뜻을 함께하는 설치 미술가 이불, 카이스트 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건축가 승효상·조민석 등이 참여해 DMZ의 생명과 평화 보존을 위한 정자·탑·생명과 지식의 저장소 등의 작품을 만들며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분단에서 공존으로' 예술로 재해석한 DMZ, 일본 첫 전시
전시에서 함께 소개된 DMZ 관련 서류/송주희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승효상이 DMZ의 조류생태를 바탕으로 만든 서식지 구조물 ‘새들의 수도원’과 조민석이 DMZ 내 종자·지식 은행에 대한 구상을 정리한 ‘DMZ 생명과 지식의 저장소’, 사진작가 김태동이 접경지대의 새벽 하늘을 촬영한 ‘강선-012’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불, 이우환, 반 시게루, 가와마타 타다시, 스튜디오 뭄바이 등의 작품과 DMZ·한국전쟁 관련 다양한 학술·시각자료도 소개된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건축가 승효상은 “남북이 서로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수시로 나무에 불을 지르는 긴장 속에서도 DMZ의 동물과 식물은 살아남았다”며 “이들의 서식이 절박하고 그래서 더 진귀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든 모든 시설물은 (자연 소재라) 사라지지만,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기억은 남는다’는 프로젝트의 콘셉트가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예술계의 국경을 초월한 공감과 협력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하라미술관 토시오 하라 이사장과 그의 부인 우치다 요코 관장이 DMZ의 가치와 그 보존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에 공감해 일본에서의 전시를 추진했고,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지원에 나섰다. 7월 28일까지.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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