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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프랑스 대혁명·세계대전도 견뎠는데…"역사가 연기 속에 사라졌다"

아치형 목재구조가 불 키우고

화재방지 시스템 미비도 한몫

전면부·쌍둥이 첨탑은 무사

가시면류관 등 유물도 구출

마크롱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

성당 재건 위한 국민모금 발표





화재로 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의 모습. 소실돼 구멍이 뚫린 지붕 사이로 불길과 연기가 보인다. /파리=EPA연합뉴스


“파리가 훼손됐다. 파리는 이제 결코 전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우리의 역사가 연기 속에 사라졌다.”

15일 저녁(현지시간)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이 무너져내리자 인근 센 강변과 다리 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프랑스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쏟아졌다. 수백년 역사가 담긴 파리의 상징이자 인류의 유산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눈앞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이 소실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파리 시민 피에르 기욤 보네트(45)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족을 잃은 것과 같다”며 “내게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너무 많은 추억이 담겨 있다”고 침통해 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날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경찰은 방화나 테러 등 고의적인 사건이 아닌 성당 보수공사에서 비롯된 실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파리 검찰이 ‘화재에 의한 비고의적 파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소방관들은 화재가 성당 보수 작업과 ‘잠재적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성당은 수년 전부터 그동안 누적된 대기오염 등으로 일부가 부식·훼손되는 등 전문가들로부터 상태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아 대규모 보수공사를 벌여왔다. 당국은 ‘노트르담의 화살’로 불리는 첨탑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6,000만유로(약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화재 전문가들은 850년이 넘는 연식과 고딕양식의 가장 큰 구조적 특징인 아치형 지지구조에 사용한 목재, 정교한 화재방지 시스템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길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G 키스 브라이언트 미연방소방국장(USFA)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연식과 거대한 크기, 석조 벽과 나무 대들보를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고딕양식이 대성당을 부싯깃이자 불을 끄기 힘든 장소로 만들었다”면서 길이 좁아 대형 사다리차 등을 보유하지 않는 유럽의 특성도 화재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첨탑 인근 비계와 십자형 천장의 목재를 타고 빠르게 번진 불길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주요 부분이 무사했던 것은 소방당국의 빠른 판단과 대응 덕분이었다. AFP통신은 화재 초기 1시간여 만에 성당의 첨탑과 지붕이 무너지면서 소방당국이 불길이 서쪽 정면(파사드)에 있는 13세기에 만들어진 두 개의 석조 종탑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일부 소방관들은 가장 귀중한 유물들이 있는 건물 뒤쪽을 보호하는 데 투입됐다. 노트르담 성당 주임신부인 파트리크 쇼베에 따르면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루이 왕이 입었던 튜닉(상의) 등 귀중한 유물 두 점도 화재 현장에서 구해냈다.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인근 센강변과 다리 위에서 대성당이 불타는 광경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그럼에도 수많은 목재로 이뤄져 ‘숲’이라 불리던 첨탑 주변의 13세기 지붕 구조물이 무너진 것은 인류문화에 뼈아픈 손실로 남게 됐다. CNN에 따르면 주로 참나무로 구성된 대성당의 나무 뼈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성당 건축이 시작될 무렵인 1160∼1170년 벌목한 것들이다. 가장 최근의 목재도 12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96m 높이의 대성당 첨탑도 무너져내렸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무대로도 유명한 이곳은 1804년 12월2일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자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8시로 예정된 대국민담화도 취소하고 화재 현장을 찾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이날 조세부담 완화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는 불길이 잡힌 오후11시30분께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학, 정신의 일부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그리고 우리의 삶의 중심”이라며 “슬픔이 우리 국민을 뒤흔든 것을 알지만 오늘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성당의 화재 피해 수습과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 모금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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