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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살리고 VAR도 도왔다

■ 토트넘, 맨시티 잡고 사상 첫 챔스리그 4강행

손흥민, 전반 10분만에 2골 챔스 통산 12골로 亞선수 최다

맨시티 종료직전 '극장골' 넣었지만 VAR 끝에 결국 '노골'

토트넘, 아약스와 내달 1일 4강 1차전..손, 경고누적 결장

토트넘의 손흥민(가운데)이 18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페르난도 요렌테(왼쪽),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라힘 스털링의 골에 껑충껑충 다섯 번이나 뛰며 열광했다. 맨시티는 이 골로 5대3을 만들었다. 1차전 0대1 패배를 더해 합계 5대4로 극적인 4강 진출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득점 과정이 미심쩍다며 비디오판독(VAR)을 요청했고 확인 결과 ‘노 골’이었다. 스털링에게 패스를 준 세르히오 아궤로가 오른쪽 미드필드의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토트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건넨 백패스가 맨시티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맞는 순간 아궤로가 토트넘 최종 수비수보다 살짝 앞서나가 있었다. 실바의 의도적 패스가 아니었다고 해도 규정상 무조건 오프사이드다.

경기 막판 비디오판독 끝에 오프사이드로 확인된 장면.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궤로(왼쪽)가 수비보다 앞서 있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두 번의 판독과 손흥민(27·토트넘)의 두 골이 토트넘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꿈의 무대 챔스 4강으로 안내했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지난 1962년에 4강에 간 적은 있지만 챔스로만 따지면 최초다. 1차전 1대0, 2차전 3대4를 더해 4대4로 마쳤고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토트넘이 웃었다. 손흥민은 1차전 결승골에 2차전 멀티골로 챔스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골 기록(12골)을 썼다. 종전 기록은 우즈베키스탄 막심 샤츠키흐(디나모 키예프)의 11골이었다.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4골 1도움) 행진을 벌인 손흥민은 시즌 20골 고지를 밟으며 유럽 한 시즌 개인 최다골(21골·2016~2017시즌) 기록에도 바짝 다가섰다. 그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마티아스 더리트(아약스),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와 챔스 8강 2차전 이주의 선수 후보에까지 올랐다.

맨 오브 더 매치(경기 MVP) 선정과 후스코어드닷컴 팀 내 최고 평점(8.8)까지 받은 손흥민은 오는 5월8일 아약스와 4강 2차전 원정경기를 준비한다. 주포 해리 케인의 부상에 원톱으로 나서 측면과 수비 진영까지 가리지 않고 많이 뛴 손흥민은 후반 3분 상대 공격을 저지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누적으로 5월1일 홈 1차전에 결장한다.

경기 후 손흥민은 “정말 미친 듯한 경기였다. 팀 동료들이 자랑스럽다”면서도 “경고누적 사실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올 시즌 챔스 10경기에서 8만3,143m를 소화해 뛴 거리로 팀 내 3위인 손흥민은 한 박자 쉬고 챔스 결승 티켓을 노린다. 예정대로 2차전을 뛰면 한국인으로 2011년 박지성(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8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로 챔스 4강 그라운드를 누빈다. 앞서 2005년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이영표가 함께 4강을 뛰었다. 결승 출전은 2009년과 2011년 맨유 소속으로 뛴 박지성이 유일하다.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8강에서 유벤투스를 꺾은 돌풍의 아약스를 넘으면 8년 만의 한국인 결승 진출을 이룬다.



손흥민의 말처럼 미친 경기였다. 챔스 사상 최단 기록인 시작 21분 만에 5골이 터졌다. 시작 4분 만에 스털링이 기선을 제압하자 손흥민이 전반 7분과 10분에 연속 오른발 슈팅으로 2대1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맨시티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을 건져낸 것이다. 이후 1분 뒤 실바, 전반 21분 스털링의 득점으로 토트넘은 다시 2대3으로 뒤집혔다. 후반 14분에 아궤로에게 한 골 더 얻어맞아 토트넘은 합계 3대4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때 교체 멤버 페르난도 요렌테의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다. 후반 28분에 코너킥을 몸으로 밀어 넣었다. 핸드볼이 의심됐으나 비디오를 확인한 주심은 골반 쪽에 맞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가운데). /맨체스터=AFP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손흥민은 태극기 응원을 펼친 팬을 일부러 찾아가 유니폼을 선물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올 시즌 챔스 4골 1도움의 그는 ‘크루이프의 후예들’에게 발끝을 겨눈다. 토털 사커 창시자 요한 크루이프가 이끌던 아약스는 1971~1973년 유러피언컵 3연패를 달성했다. 현재는 스무 살 수비수 더리트, 스물둘 미드필더 프랭키 데용과 도니 판더베이크가 황금세대 주인공이다.

또 다른 4강 대진은 리버풀-바르셀로나다. 리버풀은 FC포르투와 2차전 4대1 승리를 더해 합계 6대1로 준결승에 올랐다. 잉글랜드 소속의 두 팀 이상이 챔스 4강에 진출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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