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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확률' 하나로 카지노·월가를 주무르다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에드워드 O.소프 지음, 이레미디어 펴냄

간단한 승률법칙으로 카지노 정복

'빅데이터' 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

수학·통계 활용 계량분석기법으로

헤지펀드 설립 후 409% 수익 달성

소프 "목표 세워 다르게 사고했을뿐"





월스트리트


문제는 확률이다. 도박이든 투자든 결과는 확률 싸움이다.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26세의 에드워드 소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다. 운이 좌우하는 도박의 세계에서, 카지노를 이기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모든 카드는 기본적으로 같은 확률로 나오니, 게임이 진행되면 남아있는 카드가 확률을 좌우한다. 이미 나온 카드를 기억한다면 그에 맞춰 확률이 유리할 땐 더 크게 베팅하고 불리하면 베팅을 줄이면 된다. 소프의 ‘카드 카운팅’ 전략이다. 승률을 조금씩 높이는 전략으로 그는 카지노를 이겼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소프의 회고록이 국내 번역서로 나왔다. 1932년생인 저자의 마지막 저서일지도 모를 책이다. 블랙잭을 이긴 그는 룰렛에서는 휠이 돌아가는 속도와 시간을 계산해 공이 어느 숫자로 떨어질 확률이 높은지를 가늠했다. 룰렛의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 고민하다 ‘웨어러블 컴퓨터’도 발명했다.

“도박은 단순한 형태의 투자다. 둘 다 수학과 통계,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이 가능하다. 둘 다 위험과 수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자금 관리가 필요하다. 개별적으로는 유리한 베팅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베팅은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에 성공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기질도 도박과 유사하다. 위대한 투자자는 대개 도박과 투자에 모두 능숙하다.”



소프는 1958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이듬해부터 UCLA,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게임과 서적 출간으로 상당한 자본을 마련한 소프는 1964년 주식시장을 공부하며 ‘지상 최대 카지노’인 월스트리트에 도전장을 내민다. 1969년 PNP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해 수학 공식과 경제 모형, 컴퓨터를 이용한 펀드를 운용했다. 이것이 바로 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기법으로 투자대상을 찾아내는 최초의 퀀트(Quant) 펀드였다. 저자가 ‘퀀트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빅데이터’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 저자는 헤지펀드 설립 후 10년간 수익을 409%로 끌어올려 최초 투자금 140만 달러는 2,860만달러가 됐다. 그 후 10년간 자본 수익률은 연평균 22.8%였는데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평균 11.5% 상승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 1년, 단 1분기조차도 손실을 기록한 적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시장을 이겼는지에 대해 저자는 “여건상 주로 독학했던 경험이 나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도록 이끌었고 새로운 실험 방법을 개발해 이론을 시험했다”고 회고했다. 같은 확률을 가진 똑같은 카드를 쥐더라도 달리 보라는 뜻이다. 이어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할 때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공할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렸다”면서 좋은 기회에는 먼저 투자하고 투자 중에는 합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증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판단을 유보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6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의 75%는 자신의 성공신화지만 나머지는 사회적 제언에 할애했다. 저자는 확률 계산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선택을 생활로 끌어들이길 청한다. 예를 들어 생명을 구하는 데 기꺼이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안전벨트와 에어백 개선작업을 위해 차량 1억 대를 대상으로 대당 300달러, 총 300억 달러를 들였을 때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5,000명 줄일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안전장치가 추가된 이 차량을 10년간 운행하면 5만 명의 생명을 총 300억 달러, 1인당 60만 달러로 구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한다. 그러니 간단한 확률 및 통계는 유치원부터 가르쳐야 하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기초 재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으로 얘기했던,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는 날을 세운다. 온실효과와 미세먼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공정한’ 해결책은 추정되는 피해 규모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 확신하며 ‘정치적 유착 관계가 있는 부유층’을 힐난한다. 정부가 규제와 법률의 단순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공공정책이라 지적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당파 싸움으로 법률 통과를 가로막는 의회를 질책하며, 초라해지는 공교육과 유능한 인재의 역외 유출 등을 꼬집는 대목은 국내 현실과도 겹쳐진다. 수학과 물리학으로 시작해 경제학으로 눈을 넓힌 저자가 터득한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빛난다. 2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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