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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사제가 들려주는 '絃의 노래'

■ 국악원 민속악단 40돌 공연

김영길 예술감독, 박종선 명인과

우리가락 정수 담긴 아쟁 2중주

판소리 안숙선·피리 최경만 등

국악발전 이끈 명인·명창 총출동

김영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아쟁을 연주하고 있다/사진제공=국립국악원




박종선 서울시 무형문화재 39호 아쟁산조 명인/사진제공=국립국악원


“스승인 박종선(78) 아쟁 명인을 만나 우연히 전문 국악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국악계의 행운아’인 듯싶습니다. 문득 선생님을 만난 지난 40년을 되돌아보니 더 애틋해지더군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김영길(58) 예술감독이 악단 창립 40주년을 맞아 25~28일 공연 ‘혹 되지 아니하다’를 올리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소회다. 이번 공연에는 경기잡가 이춘희, 판소리 안숙선, 가야금 강정숙, 피리 최경만, 장구 김청만 등 역대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명인·명창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27일에는 올해로 인연을 맺은 지 40년이 된 박 명인과 김 감독의 아쟁 2중주도 예정돼있다. 스승과 제자가 모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는 두 사람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세월이 많이 흘러 선생님의 음악에도 어느덧 힘이 빠졌지만 정수만은 오롯이 남아있다”며 “창립 40주년에다 스승과 만난 지 4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에 감독직을 맡고 있는 것도 행운이라 정겨운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고향은 영화 ‘서편제’의 무대이자 강강수월래의 본고장인 전남 진도다. 그는 “진도 만가, 들노래 등 온종일 듣고 부른 노래가 국악이었다”고 회고했다. 1979년 대학 본고사(현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국악을 배우고 싶어 광주시립국악원을 찾아갔다. 겨우 월 회비 2,000원에 당대 내놓으라 하는 대가들 밑에서 대금, 시조, 판소리 등을 배웠다. 그 가운데 박 명인을 만나면서 아쟁은 평생 그의 반려자가 됐다. 박 명인은 굉장히 엄격하고 무서운 스승이었고 그 때 배웠던 가락은 평생 머리속에 깊숙이 박혔다.



하지만 그 때만하더라도 국악은 취미에 불과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6년 교사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 박 명인에게 인사를 갔다. 스승은 “실력이 아깝다”며 “국립창극단 기악부에서 단원을 뽑는데 한번 지원해보라”고 권했다. 김 감독은 “국악원 합격, 감독 취임 등등 흐르는 대로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음악을 즐기니 행복이 따라오더라”고 웃음을 지었다.

박종선 아쟁산조 명인(중앙)과 함께 김영길 예술감독(맨뒷줄왼쪽)이 대금을 들고 앉아있다/사진제공=국립국악원


그는 국악을 점점 외면하는 세태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방과 후 특별활동을 하다 국악에 맛을 들인 학생들이 부모님 반대에도 결국 국악학교로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경쟁에 찌들지 않고 음악을 그 자체로 즐긴다면 굉장히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스승님을 닮고 배우려고 노력했듯이 후배들이 내 음악을 보고 들으려 한다면 국악인을 넘어 행복한 인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민속악이란 ‘살아서 움직이는 음악’이다. 오랫동안 서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해온 만큼 지금도 사회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민속 음악은 정악보다 전통 계승에 있어 자유롭고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장르”라며 “정통 어법을 잊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기공연에도 미래 지향적인 음악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이어 “마치 섬처럼 야인으로 살다간 역대 명인들의 예술 혼을 재조명해 새로운 어법을 가진 산조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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