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제작했던 20대 청년이 67년의 세월이 흐른 뒤 뒤늦은 감사패를 받았다.
해군은 충무공 탄신 제474주년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순신 동상을 세운 이진수(95)옹에게 24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옹이 제작한 충무공 동상은 지금도 건재하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에 세워져 있는 충무공 동상은 당시 국내에서 가장 앞선 주물 기술을 보유했던 해군 조함창(현 해군 정비창)의 작품이다.
충무공 동상 제작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해군 내부에서 국난 극복의 염원을 담아 이순신 동상을 세우자는 논의로 시작됐다. 이후 마산시장을 중심으로 동상건립기성회가 결성됐고 전쟁 중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장병과 국민들의 성금(놋그릇 등 기부품 포함)이 모였다. 당시 대형 동상을 제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관인 해군 조함창이 제작을 맡았다. 서울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 제작보다 16년 빨랐다.
높이 482㎝, 너비 140㎝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던 동상은 1952년 4월13일 세워져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1호로 지정됐다. 이옹은 “당시 국내에서 4m가 넘는 대형 동상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해군 조함창뿐이었다. 나를 포함해 10여명의 대원이 4개월 이상 주형을 만들고 쇳물을 부어 동상을 만들었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충무공 동상이 진해만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1949년 해군 조함창에 주물 분야 군속(군무원)으로 임용된 이옹은 20여년간 조함창을 지킨 해군 정비 분야의 산증인으로도 꼽힌다.
해군 정비창을 대표해 감사패를 전달한 박정일 금속직장장은 “이옹을 비롯한 선배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건립한 충무공 동상은 해군 정비창의 자부심이자 해군의 자랑”이라며 “충무공 탄신일을 앞두고 선배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따르고자 감사패를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