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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비주류에서 주류로… 밴드가 돌아왔다

잔나비·엔플라잉 등 밴드음악

재즈·어쿠스틱 품고 차트 역주행

'돈 안되는 음악'서 개성강한 콘텐츠로

특유의 자유로움과 음악성에 대중 열광

JTBC '슈퍼밴드' 등 예능 프로도 진화





‘퀸’ ‘비틀즈’ ‘오아시스’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 가수들의 공통점은 바로 ‘밴드’라는 것이다. 반면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밴드는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까웠다. 홍익대 주변에서 창의적인 음악성으로 무장한 수 많은 밴드들이 탄생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운 좋게 뜨더라도 보컬만 반짝 주목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대중은 ‘시나위’와 ‘부활’이라는 밴드보다 각각 이들에서 독립한 김종서, 이승철을 더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윤도현밴드(YB)’나 ‘자우림’처럼 오랫동안 활동 중인 밴드도 있지만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지난해 10년간 활동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가장 멋진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게 밴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해체했다. 밴드 ‘장미여관’도 지난해 멤버들 간 공방을 거쳐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났다. 기획사에서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밴드를 키우는데 소극적이다.

하지만 최근 ‘밴드의 시대’ 도래를 기대해볼 만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보컬 외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해 밴드를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한 가운데 ‘엔플라잉’ ‘잔나비’ 등 밴드의 곡들이 역주행하며 음악 차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들의 신선한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인디 밴드 잔나비 /사진제공=페포니뮤직


◇그들만의 색깔 보여주는 다양한 밴드= 잔나비와 엔플라잉은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밴드다. 잔나비는 2013년 Mnet ‘슈퍼스타K’ 시즌5에 최정훈·김도형·유영현 등 3인조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장경준·윤결을 새 멤버로 영입해 지금의 5인조가 됐다. 이들은 2014년 첫 싱글 ‘로켓트’를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꾸준히 보여줬다.

본격적인 역주행이 시작된 것은 올해부터다. 정규 2집 수록곡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지난 3월 발매 직후 차트에 진입해 꾸준히 상승하며 10위권대까지 올랐다. 같은 달 이어진 전국투어는 전석 매진 속 성황리에 마무리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엔플라잉도 음원차트 밖 1,000위에 있던 ‘옥탑방’이라는 곡이 역주행하며 지난 2월 데뷔 4년 만에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엔플라잉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통상 밴드 하면 록밴드를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재즈, 어쿠스틱,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들만의 개성과 색깔을 가진 밴드가 많이 등장했다”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찍어내는 음악’과 다른 지점이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평했다. 여기에 밴드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악기를 다루는 만큼 싱어송라이터가 많다. 자기만의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라는 측면이 강조될 수 있다.

잔나비의 곡이 음악 차트 10위권대에서 2위까지 상승한 데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나 혼자 산다’ 등 방송 출연이 한몫했다. 잔나비 보컬 최정훈은 MBC ‘나 혼자 산다’ 게스트로 출연해 2G폰과 MP3플레이어를 사용하는 레트로(복고) 감성으로 화제가 됐다. 엔플라잉 역시 TV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 소개되거나 유튜브, 웹드라마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신선한 인물을 찾고 있는 예능 방송에서는 대중들이 많이 접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팬층을 가지고 있는 밴드가 좋은 소재”라며 “특유의 자유로움이나 아티스트적인 면들이 나오면서 콘텐츠가 풍부해진다”고 평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잔나비 보컬 최정훈


◇진화하는 밴드 예능 프로그램= 밴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으면서 관련 콘텐츠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요즘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JTBC의 음악 예능 ‘슈퍼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방영을 시작한 JTBC의 ‘슈퍼밴드’는 여러 연주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모여 새로운 밴드 완성을 목표로 한다. 사실 밴드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의 ‘탑밴드’의 경우 2011년 시작해 2015년 시즌3까지 이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탑밴드’가 이미 결성된 아마추어 밴드를 띄우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슈퍼밴드’는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드럼·피아노부터 바이올린·첼로, 각종 타악기 등 악기와 악기 연주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독일에서 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나우, 애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를 바이올린 연주로 편곡한 곡과 랩을 선보인 벤지 등 천재 연주자들이 출연해 보고 듣는 재미를 더한다. 세계적인 유명 록밴드인 린킨파크의 한국계 미국인 멤버인 조한이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것도 화제가 됐다.

정 평론가는 “여러 악기들 각각의 매력을 뽑아내 보여준다는 것이 ‘슈퍼밴드’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며 “밴드 음악을 하나로 합쳐 듣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쪼개서 듣고 싶게끔 악기 면면에 초점을 맞춘다”고 평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슈퍼밴드’에서는 각 지원자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만나 얼마든지 색다른 포맷의 밴드를 만들 수도 있다”며 “주류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퓨전 양식의 탄생”이라고 밝혔다.

JTBC ‘슈퍼밴드’ 캡처 화면


밴드 부흥에 대한 음악계의 기대감은 크다. ‘슈퍼밴드’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종신은 제작발표회에서 “음악계에 무조건 밴드가 있어야 하는 법은 없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잘 모이지 않고, 기획사들도 수익이 남지 않는다고 밴드를 기획하지 않는다”면서도 “밴드가 살면 낙원상가와 악기 회사, 음악 업계와 공연시장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다 모아서 ‘밴드해!’라고 하게 됐을까 싶다”며 “K팝하면 아이돌만 지칭되는데 밴드가 그 축에 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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