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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관학 거버넌스 통한 '새판 짜기' 할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 찬성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학벌주의·서열화 등 교육부만의 힘으론 해결못해

● 5~10년 중장기 교육개혁 방향 수립 필요

● 칸막이 시스템 극복·소통 플랫폼 역할 기대

김성천 교수




대통령 공약이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왜 국가교육위원회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역대 정권은 크고 작은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시대 변화에 맞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경감, 전인교육 강화 등을 역설하며 이런저런 방안을 야심 차게 발표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시원찮았다. 왜 역대 정부의 교육 정책은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했는가. 이는 곧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필요성과 직결된다.

교육 정책 실패의 첫째 원인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명확히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어떤 인재를 원하며 어떤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말하는가,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각자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모르는 격이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다. 대체로 각 정권은 임기 내 실현 가능한 정책에 신경을 쏟는다. 대통령 임기 중 3~4년 정도 정책을 추진하다가 정권이 교체되면 주요 정책은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대입 정책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라. 셋째, 소통과 타협, 공감대 형성을 하지 않고는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했지만 지금은 여론이 악화하면 정책 동력은 크게 약화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역에서는 소신과 실력이 있는 관료라고 해도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넷째, 교육 영역에서 파생된 제 문제는 교육부의 힘으로 풀기 어렵다. 학력주의와 학벌주의, 고교 및 대학 서열화, 입시에 종속된 교육 등의 문제는 사회구조, 문화와 인식, 제도가 결합한 총체다. 학력 간 임금격차의 문제를 교육부가 해소할 수 있는가. 교육부 장관에게 사회부총리 역할을 부여했고 대통령 직속 교육자문기구를 뒀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농구를 할 때 특정 공격이 막히고 있는데 같은 루트로 공격을 반복해봐야 백전백패다. 선수를 바꾸든지 작전을 바꾸어야 한다.



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한가. 첫째, 거버넌스를 통한 새판 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교육 문제는 교육부만의 힘으로 돌파하기 어렵다. 관료들은 예산과 권한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다. 그것은 특정 부처가 아닌 민관학 거버넌스의 영역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원인은 무엇인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그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둘째, 중장기적인 비전과 방향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년 단위 단기사업에 매몰되기보다는 적어도 5~10년의 일정표를 가지고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 정도 시간이면 당장의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충돌을 유보하고 조정하면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가능하다. 학생과 현장·미래를 중심에 놓고 약간의 불편함을 서로 감내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칸막이 시스템을 극복해야 한다. 소통과 참여의 플랫폼 역할을 국가교육위원회에 기대한다.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청·시민사회·대학 등 관련 기관과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협력과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분야와 분야, 주체와 주체, 기관과 기관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시스템을 확 바꾸자.

우려의 시선도 있다. 교육부를 존치한 상태에서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본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기대만큼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국가교육위원회 관련 법률안은 국회를 거치기 때문에 정치에 포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위원 구성의 비율을 놓고 지루한 샅바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기존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의결기구로 격상하면서 자치와 분권의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역동적 소통 구조를 만들면서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포진된다면 역전 드라마는 가능하다. 우려의 시선을 자산으로 삼아 정교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요술방망이는 아니겠지만 학습하고, 연구하고, 공론화하고, 합의하고, 결단하면서 미래의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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