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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 장밋빛 덧칠한 '레이와(令和)'…남겨진 과제는 회색빛

■레이와 시대의 아베 3.0

'잃어버린 20년' 극복 자평하지만

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 정체 속

日 '고질병' 디플레이션 못벗어나

부동산 대출도 GDP의 14% 육박

최근 경기확장세 지속 의문 커져

아베 '자위대 명문화' 개헌안

내년 시행 목표로 의욕적 추진

새 연호, 입지강화에 적극 활용

7월 참의원선거가 최대 분수령

개헌선 미달 땐 레임덕 불가피





일본이 다음달 1일 새 일왕 즉위와 함께 지난 31년간 지속돼온 ‘헤이세이(平成·1989~2019)’ 시대의 막을 내리고 ‘레이와(令和·2019~)’ 시대를 맞이한다. 헤이세이 시대의 문을 닫고 레이와 시대를 열게 된 아베 신조 총리는 거품경제 붕괴와 장기불황, 최악의 재난,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얼룩진 헤이세이 시대와 작별하고 새 시대에는 강성대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금껏 중국 고전에서 따온 연호를 처음으로 일본 시가집에서 차용하는 등 일본 문화와 긍지를 부각하며 레이와 시대에 개헌을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사명을 이루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에게 실패한 총리라는 오명을 안긴 2006년 1차 집권기, 일본의 불황 탈출을 이끌며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2012년 이후 두 번째 집권기에 이어지는 레이와 시대 개막을 ‘강한 일본’의 부활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완성하고 정치인생을 정점으로 이끌 세 번째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노림수다.

그러나 그의 기대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전후 최장기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탈출은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헤이세이 불황에서 일본을 끄집어낸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의원 보궐선거 패배에서 드러났듯이 자민당의 굳건했던 지지기반도 흔들리는 등 아베의 레이와 시대는 가시밭길이 예고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이세이 초반만 해도 일본은 세계 경제에서 부러움과 감탄의 대상이었다. 이른바 ‘재팬머니’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은 미국의 위상마저 위협하는 모양새였다. 1989년 한 해에 닛케이 평균주가가 29%나 치솟았고 당시 세운 최고치 3만8,915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출 위주였던 일본 제조기업들은 엔화 강세의 여파로 경쟁력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대적 금리 인하로 부양에 나섰지만, 시중에 풀린 돈은 의도와 달리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돼 거품을 키웠다. 순식간에 꺼진 부동산 거품이 개인과 기업을 파산으로 이끌면서 헤이세이 불황으로 불리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장기침체의 고리를 끊은 것은 2012년 출범한 아베 내각의 경제노선인 ‘아베노믹스’다. 금융완화·재정투입·규제완화 등 3개의 화살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베 내각은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확대 국면이 올 1월까지 74개월째 이어져 전후 최장기 경기확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전까지 일본 경제의 최장 호황기는 2002년 1월부터 73개월간 이어진 이른바 ‘이자나미 경기’였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기확장세 지속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과 임금인상률 등이 과거에 비해 낮아 “경기확대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도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의 임금상승률은 2%대로 거품경기 막바지인 1990년의 5.94%를 크게 밑돈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2%에 그쳐 1960년대 고도성장기를 일컫는 ‘이자나기 경기(11.5%)’는 물론 ‘거품경기(5.3%)’ 때에도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경기는 살아났지만 일본 경제의 고질인 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금융기관의 수익 악화를 감수하고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목표치인 2% 달성은 요원한 상태다.

헤이세이 불황을 초래한 부동산 거품붕괴 재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BOJ에 따르면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8조9,370억엔으로 2015년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4.1%로 적정 수준(11.6~13.9%)은 물론 거품붕괴 이전의 대출 잔액도 웃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올 10월에는 소비세 인상(8→10%)도 예정돼 있어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2014년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을 당시 일본 성장률은 0.4%로 크게 위축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비세가 인상되면 올 3·4분기(10∼12월) 일본 경제가 3%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협상도 아베 총리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아베 총리는 새 시대의 도래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한 아베 총리는 오는 2020년 개정헌법 시행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3일에는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인 신헌법제정의원연맹의 집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레이와라는 새 시작점에 섰다. 헌법은 국가의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다음 시대로 향한 길잡이다.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새 헌법 시행 목표를 내세우는 아베 총리에게는 7월의 참의원선거가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선거에서 여당이 개헌선 확보에 실패하면 아베 총리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전문가 앤드루 고든 하버드대 교수는 “레이와 시대가 개막했다고 해서 일본이 직면한 과제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출산, 고령화, 예측 불가능한 미일관계 등으로 레이와 시대에도 아베 총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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