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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새만금캠퍼스 학생수 671명에서 100여명으로.
군산대 수업 중단. 호원대는 강의 축소. 군장대는 이전학과 폐지.
허허벌판에 캠퍼스. 산학교류 없고 취업메리트 사라져. 학생 반발
8개 융합캠퍼스중 시화, 오송 제외 6곳이 상황 비슷. 학생수 급감.
이원빈 연구위원 “지금은 신규지정보다 구조조정 필요한 시점. 선택과 집중 필요”

  • 박진용 기자
  • 2019-05-02 18:24:12
  • 사회일반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말이 캠퍼스지 이제는 수업조차 열리지 않는 곳입니다. 주변이 황량해요. 2년 넘도록 부근에 변변한 식당이나 편의점 하나 생기지 않은 것은 그대로네요. 남아 있는 학생들만 불쌍하죠. 그나저나 올해부터 (본교와 산학융합캠퍼스 간) 셔틀버스마저 사라지고 학교까지 가려면 택시비만 1만5,000원은 족히 들 텐데 큰일이네요. ”

지난 4월 초 방문한 새만금산학융합캠퍼스. 2시간이 넘도록 지나가는 학생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만난 군산대 복학생 김모(25)씨는 “군대 다녀오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수업이 많이 진행되는 등 활기를 띠었지만 올해부터 모든 수업을 본교에서 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새만금에서 수업을 재개한다는 말도 있지만 과 동기 중 상당수가 인근 국립대로 편입하는 등 이미 많이 떠나서 예전같이 활기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련 시리즈 있음.

전국 8개 지역에 조성된 산학융합캠퍼스가 학생 급감 등으로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서는 시화·구미·새만금·당진·대불·오송·울산·창원 산학융합지구 캠퍼스에 총 7,580명의 학생이 이전했다고 하지만 안산과 오송을 제외하면 실제 캠퍼스 현장에서 학생들이 크게 줄고 있다. 대표적으로 671명이 이전했던 전북 새만금산학융합캠퍼스의 경우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100명에도 못 미치는 실정으로 파악됐다. 군산대는 지난해까지 이 캠퍼스에서 조선공학과·기계자동차공학부 소속 학생 300명의 수업을 진행했지만 올해부터 전격 중단했다. 다른 대학들도 이전 학생 수를 줄이고 있다. 호원대는 자동차기계공학과 3, 4학년 학생을 50명씩 이전했지만 최근 들어 절반을 줄여 4학년만 수업을 하고 있다. 군장대는 40명 정원의 조선해양학과를 새만금산학융합캠퍼스로 이전했지만 2017년 이 학과를 폐지했다. 전북 새만금산학융합원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GM대우 철수 등으로 지역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취업 등을 전제로 한 산학 간 교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학생들 역시 (캠퍼스 이전에 대한) 반발이 심해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들을 본교로 되돌려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역시 준공 당시에 비해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대불산학융합캠퍼스의 경우 당초 목포대가 335명을 이전하기로 했지만 현재 재학생 수는 250여명에 불과하다. 조선공학과·해양시스템공학과·기계공학과·신소재공학과 등 기존 4개 학과가 2개 학과로 통폐합되고 대학원생 수가 감소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창원 역시 준공 시점보다 학생 수가 40명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산학융합캠퍼스로 학과가 이전된 학생 중 상당수는 편입·전과 등을 준비하고 있어 이러한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충남 석문산업단지 내 당진산학융합캠퍼스에 다니는 한 학생은 “2학년만 되면 휴학 비율이 급증한다”며 “전체 학과 정원이 400명이지만 올해 안에 학생들이 대거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4곳을 신규 지정할 방침이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기업이 많이 있는 기존 산업단지 안에 대학이 들어가 연구역량·혁신역량을 결합하는 것이 산학융합지구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텅 빈 산단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대학이 들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그냥 예산 확보를 위한 사업, 지자체 사업, 정치적으로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균형발전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성과가 너무 미미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기자가 지난 4월 방문한 산학융합캠퍼스에서는 수업이 거의 열리지 않는 듯 학생들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4월8일 방문한 전북 군산 새만금 산학융합캠퍼스(위 사진)에서는 2~3시간을 기다려 학생 1명을 겨우 만났다. 4월15일 방문한 전남 대불 산학융합캠퍼스(영암·가운데 사진)에서도 수업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4월1일 방문한 충남 당진 산학융합캠퍼스(아래 사진)에서는 수업 중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전체적인 캠퍼스 분위기는 텅 빈 산업단지처럼 황량했다. /군산·영암·당진 =박진용기자

“황량한 벌판에 띄엄띄엄 공장 몇 개 있는 게 전부입니다. 상가도 없습니다. 삼겹살집이 올해 들어 학교 근처에 처음 생겼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전에는 회식을 하려고 해도 편의점 옆에 간이의자 몇 개를 펼쳐두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당진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려요. 그나마 저녁8시면 버스가 끊깁니다. 택시를 불러도 아예 여기는 안 옵니다. 콜도 안 받습니다.”

지난 4월 초 방문했던 충남 석문산업단지 내 호서대 당진 산학융합캠퍼스. 한 학생은 이렇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처음 입학할 때는 산학융합캠퍼스라고 해서 기업과의 교류도 활발하고 취업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 기업연구관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이요? 아주 조그만 스타트업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공동 연구개발(R&D)이나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 기회라도 제공하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학생들이 잘 안 하려 합니다.”(호서대 교직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1학년을 마치면 남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군대를 갑니다. 한 과 40명 중 3~4명만 남습니다. 군대를 갔다 오면 그래도 뭔가 바뀌어 있겠지라는 생각이지요.” 한 학생의 말이다.

◇기업 없는 텅 빈 산단에 학교만=전국 8곳에서 운영 중인 산학융합캠퍼스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진·새만금·대불 등에서는 텅 빈 산업단지 한복판에 3~4개의 학교 건물이 지어져 있는 게 전부이고 학생들도 없다 보니 적막감만 감돌았다.

실제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준공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양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35%도 형식적인 분양률 기준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드넓은 산단에 띄엄띄엄 공장이 들어서 공장건설 기준으로 분양률이 10%도 안 돼 보였다.

지난해 준공된 울산산학융합지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울산대·울산과기원·울산과학대 등이 입주한 울산산학융합 지구는 울산테크노산업단지가 신규로 조성되면서 함께 입주했다. 총사업비만 968억원(국비 157억원, 울산시 등 지자체 250억원, 민자 561억원)이 투입됐다. ‘울산형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산학융합지구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10개 남짓에 불과하다. 조성된 입지에 기업체가 모두 들어오면 약 7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기업들은 입주를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

산학융합캠퍼스는 본교와 동떨어져 있지만 셔틀버스 등의 지원이 부족한 탓에 교수가 직접 본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자신의 차로 태우고 수업을 하러 가는 촌극도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산학융합원 관계자는 “산학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보니 대학에서 셔틀버스까지 지원해주기는 어렵다”며 “본교에서 산학융합캠퍼스까지 오가는 버스 교통편이 자주 없어 교수들이 직접 자신의 차로 학생들을 태워 수업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충북도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산학융합캠퍼스에 입주한 기업에서의 인턴십 등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무엇을 위해 본교를 두고 학과를 옮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저 학교 측에서 결정한 대로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산학융합원 간 갈등도=애초에 정부 지원은 5년 시한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이 끝나면서 재정난이 심해지자 산학융합캠퍼스의 운영 방식을 두고 산학융합원 법인과 대학 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산학융합캠퍼스는 지역별로 산학융합원이라는 별도의 사단법인에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산학융합원 측에서는 대학이 학생 이전과 입주기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반면 대학 측에서는 산학융합원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조직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호서대 관계자는 “산학융합캠퍼스를 운영하면서 학교 측에서는 매년 20억원 가까운 적자를 감당하고 있지만 융합원이 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융합원은 자기 직원들 먹여 살리느라 바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산학융합원장은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5년 동안은 대학이 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 신세다 보니 각종 산학 프로그램 운영에 그나마 협조적이었지만 지원기간이 종료되면서 학생들을 철수하는 등 독단적인 행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수와 학생이 있어야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대학들은 자기 희생 없이 이래라저래라 요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 이런데도 정부는 추가 지정 계획=기존 산학융합캠퍼스 8곳의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조조정이나 개선책 강구 없이 추가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에 조성된 8개 지역 외에 이미 제주·인천 등 5개 도시에서 캠퍼스 조성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에만 4개 지역이 추가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이 사업은 기업이 많은 곳에 대학의 혁신역량과 연구역량을 접목시키자는 취지였지만 이제 그냥 예산 확보나 지자체 사업, 정치적으로 보여주기 식 사업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지금 또 추가 지정하고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정확한 성과분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향이 올바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오송·당진·군산·대불·구미=박진용·안의식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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