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미래학자 가운데 하나인 최윤식(사진)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의 조언이다. 그는 미·중 패권 전쟁을 비롯해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나 삼성의 위기 가능성, 미국의 경제 부흥 등을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최 소장은 최근 자신만의 미래 예측과 통찰 기법을 공개한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을 발간했다. 이 책은 개인의 운명, 기업의 흥망과 국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식과 기술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만나 미래 예측은 타고나거나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훈련을 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학이란 선지자의 예언이 아니라 데이터와 팩트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방법론이자 생각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최 소장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은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며 “통찰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로,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상이나 질문 선정, 넓은 범위의 정보 입력, 생각의 기술과 기계적 도구로 사전 처리, 선정된 정보와 지식에 대한 몰입, 생각의 기술로 후속 처리, 통찰값 산출 등의 순서를 따를 경우 통찰력이 발휘된다”며 “통상 이 순서대로 하지 않아 귀중한 정보를 갖고도 통찰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소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통찰을 방해하는 요소”라며 마인드 세트(Mind-set·생각의 습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과거 예측했던 미래 시나리오도 방대한 정보를 해석하는 프로세스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유전자 가위기술 등 이전에 없던 기술들이 출현했지만 통찰을 통해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 소장은 AI로 인해 인간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결국 미래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를 없애고 말고는 AI가 아닌 인간이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라며 “현재 AI가 환상과 공포의 대상인 탓에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산 중인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기존 경제의 보조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공유경제는 사물이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의 하나”라며 “미래는 더욱 ‘프라이빗’하게 바뀌면서 일부 공유 가능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소유가 여전히 메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학자인 그에게 최근 국제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최 소장은 미·중 무역 전쟁의 승자는 결국 미국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력을 군사력이 좌우했다면 이제는 경제력”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환율 등을 통해 통제하고 중국에 맞설 수 있는 3위 국가로 인도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예측했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 연임 정서가 강한데다 확고한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층의 충성도가 높다”며 “10년마다 조정되는 미국의 현 선거구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미국 일자리 지표도 안정적”이라며 “트럼프 역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고집하는 등 지지층이 원하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은 앞으로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소장은 “북미 담판의 핵심은 북핵 리스트”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변심 가능성을 우려해 리스트를 섣불리 넘길 수 없고 미국은 받기 전에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내기에는 북미가 너무 많이 왔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 몇 개를 해체하는 수준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타협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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