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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고은옥 "도전은 나의 삶...경호 '禁女의 경계' 허문 밑거름 됐죠"

<경호업계 '여풍' 이끈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19세에 첫발 내디뎠지만 편견 부딪혀

끈기로 버티며 실력 입증 고정 관념 깨

2003년 경호업체 퍼스트레이디 창업

홈쇼핑 진출·탐정까지 사업 영역 넓혀

능력 입소문...고르비·톰크루즈 등 경호

한국당은 오랜 기간 인사들 안전 책임

6·13 선거 땐 부천 광역의원에 출마도

현재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하며 살것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지난 2월22일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 연설회. 각 경호원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후보 동선 파악해라. 외부 돌발행동 가능성 있으니 사주 경계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단호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지시였다. 당시는 한국당 당 대표·원내대표 등을 뽑는 자리. 수천 명의 당원이 참석한 터라 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경호는 필수였다. 내·외부 경호와 수행 등까지 50여명의 경호 인력이 곳곳에 투입돼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날 전체적인 경호를 이끈 이는 23년 차 베테랑 경호원인 고은옥(사진) 퍼스트그룹 대표였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동안 해온 일이었으나 고 대표에게는 방심은 허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순간의 방심은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고 대표는 “통상 행사 시작 3~4시간 전부터 주차·동선 파악, 현장 점검에 돌입한다”며 “실제 현장은 곧 생물과 같은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호원들에게 수시로 지시하고 현 상황을 보고받는다”고 말했다.

23년 경호 전문가,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여성, 경호업계 ‘여풍(女風)’. 고 대표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남성 중심의 경호업계에 당당히 발을 내디디면서 금녀의 경계를 허문 인물로 꼽힌다. 이후 23년 동안 경호업계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시도로 경호 생태계 풍경도 바꿨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최초로 홈쇼핑에 경호상품권을 선보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호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특정 인물에 국한됐다는 인식이 팽배한 때였다. 그러나 그는 경호도 여행이나 보험과 마찬가지로 무형의 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여성·어린이 등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곧 적중했다. 고 대표는 홈쇼핑에서 경호상품권(25만원) 5장을 한 세트로 판매했고 1시간 만에 1억9,8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여성 경호원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현 러시아)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전 국무장관,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배우 톰 크루즈 등의 경호도 맡았다. 여러 유명 인사의 경호를 담당함으로써 남성 중심의 경호업계에서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 대표가 열아홉살 어린 나이에 경호업계에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여성이 경호 일을 해?”라는 의구심이 컸다. 여성에게 있어 경호업계 진입 문턱이 그만큼 높은 터였다. 그 때문에 “남성 경호원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는 다반사였다. 게다가 여성을 단순히 ‘성적 노리개’로 치부하는 듯한 발언도 일상이었다. 이에 대처하는 고 대표의 해법은 ‘끈기로 버티고 실력으로 보여준다’였다. 이른바 고정관념 깨기였다. 때로는 “짝 맞춰 놀자”는 등의 발언에 일침도 가했다. 고 대표가 과거 한 대기업 간부의 성희롱적 발언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뺨을 올려붙인 일화는 여전히 경호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사례다.

그는 “1997년 인천에서 열린 가수 김경호씨의 콘서트 때도 어김없이 남성 경호원으로 교체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세찬 비가 오는 날씨에 외곽 경호도 마다하지 않고 몇 시간째 자리를 지키며 경호에만 신경을 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여성도 경호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자 콘서트를 연 회사도 마음이 움직였다”며 “콘서트가 끝나자 행사 주최 회사로부터 사과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여성 경호원이 드문 탓에 해프닝도 많았다. 발단은 검은 정장에 흰 와이셔츠 등 경호원 유니폼이었다. 복장만 보고 고 대표를 나이트클럽 웨이터나 여성복 판매장 직원 등으로 헷갈리는 것이었다. “1996년 한 의류업체에서 개최한 배우 송승헌씨 팬사인회에서 경호를 맡은 때 일인데요. 어김없이 복장은 검은 정장에 흰 셔츠였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한 여성이 다가왔어요. 혹시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뚫어지게 주시했죠. 그러니 그 여성분이 갑자기 ‘언니 이 옷은 얼마예요’라고 물었어요. 행사장에 진열된 옷과 저의 복장을 보고 의류업체 직원이나 매장 직원으로 생각하신 거죠.”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여성 경호원으로 입지를 굳혀가던 고 대표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건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당시 꾀한 건 나만의 사업, 즉 창업이었다. 고 대표는 여성전문 경호업체 ‘퍼스트레이디’ 창업 작업에 돌입했으나 이 역시도 순탄치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이었다. 고 대표는 여성가족부에 창업자금을 요청하고 서류 준비, 사업계획 브리핑 등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여가부 결정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주는 신용보증기금에서 돌아온 건 남편 등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 결혼하기에도 다소 이른 나이기도 했으나 고 대표 본인도 결혼 생각이 없었다.

고 대표는 “다행히 어머니와 언니가 보증을 서주면서 창업자금을 받아 퍼스트레이디를 설립할 수 있었다”며 “다만 미혼여성이 본인 사업을 준비하기가 이토록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사업 시작이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된 요인은 여성을 핵심 고객층으로 겨냥했다는 점이었다. 초등학생 유괴 사건이나 성추행·가정폭력 등이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여성 경호원을 선호하는 기류가 생겼고 이는 퍼스트레이디의 매출액 성장으로 이어졌다.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경호원의 삶을 담은 드라마 ‘보디가드’가 방영된 점도 한몫했다. 배우 차승원·임은경·박유진·송일국이 출연한 드라마로 경호원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한층 친숙해진 것이다. 이후 여성으로 국한했던 고객층을 확대한 점도 적중했다. 아울러 차별화된 경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소문까지 나면서 고객층이 탄탄해졌다. 또 오랜 기간 함께하는 고정 고객도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당으로 고 대표는 1996년 경호업계에 처음 진출할 때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전당대회는 물론 장외투쟁 때 황교안 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고 대표는 “여성을 주된 고객층으로 한다는 성공전략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는 어느 순간 한계를 가져왔다”며 “고객층 확대에 이어 탐정 분야라는 신사업에도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경호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며 2010년 회사명도 ‘퍼스트시큐리티’로 바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 경호·경비 분야에서 탐정 부문까지 확대하는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 셈이다. “탐정 분야를 시작하고 처음 느낀 건 한계점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 여전히 공인탐정제도가 도입되지 못한 탓입니다. 민간 조사원을 뜻하는 탐정 부문은 보험사기나 교통사고, 산업스파이 색출에 이르기까지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현재는 제도권에 오르지 못해 음성화되고 있습니다. 불륜 관계나 파헤치는 ‘파파라치’나 심부름센터로 전락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 대표는 경호·탐정 부문에 이어 안전감시·공동주택관리(퍼스트산업개발)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으나 여전히 넘고 싶은 산이 많다고 말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게 많아서다. 고 대표가 지난해 있었던 6·13지방선거에서 경기 도의원에 출마한 것도 그의 도전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고 대표는 “당선되지는 못했으나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전히 정치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짧은 미소와 함께 “제 삶의 모토가 ‘도전’”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는 국회의원 출마 등 정치계 진출도 하나의 도전과제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끝으로 고 대표는 “살아오면서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생각 중에 하나가 안주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새로운 분야로 자신을 이끈 게 삶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만큼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She is

△1978년 부천 △2002년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2003년 퍼스트레이디 법인 설립 △2003년 포항1대 경호스포츠과 겸임교수 △2005년 용인대 대학원 경호학과 졸업 △퍼스트그룹(퍼스트시큐리티·퍼스트산업개발·퍼스트디앤씨) 대표 △고려직업전문학교 경찰경호학부 특임교수 △여성가족부 청년여성 멘토링 대표멘토 △경기도체육회 이사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대외협력위원장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경기도) △전국청년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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