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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불안..친정엄마엔 죄책감..워킹맘 마음에 봄날 올까

[대한민국 엄마를 응원해] '육아의 짐' 그 무게는

아빠들도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남성들의 육아휴직제도가 더욱 활성화되는 등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지투데이




# 최근 워킹맘 한유진(30·가명)씨는 23개월짜리 아이를 맡겨놓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쳤다”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계단에서 넘어진 아이는 다행히 응급실에서 상처 한 바늘 꿰매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유진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죄책감이었다. 아이를 너무 빨리 보낸 것은 아닌지, 엄마가 회사를 다녀서 발생한 사고는 아닌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유진씨는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는 등 일이 있을 때마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고비를 넘기고 아이를 성인까지 키워낸 워킹맘들이 존경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여성들은 어릴 때는 남성들과 차별 없이 경쟁하고 취업까지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새로운 굴레가 씌워진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연령대별로 그리면 M자형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30대 초중반 여성들이 육아 부담 등을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는 시기는 출산 전, 육아휴직 직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때로 크게 세 번이 꼽힌다. 육아휴직이 끝난 엄마들은 여러 다짐 끝에 복직하지만 체력적 한계와 너무 어린아이를 두고 나왔다는 죄책감 등에 결국 일을 포기하기 일쑤다.



베이비시터 사건 터질때마다 가슴 철렁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도 내탓만 같아

노후 즐기려는 부모와 양육 갈등도

◇워킹맘은 가족들에게 언제나 죄인
=어렵게 복직할 경우 엄마가 짊어지는 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기 전후로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은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 모두 15개월이다. 그마저도 보장이 안 된다면 돌도 안 된 아이를 두고 일터로 가야 한다.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쉽지 않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고 믿을 만한 대상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등 가족이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노후를 즐기려는 분들에게 또 다른 짐을 안기는 격이다. 요즘에는 결혼 전부터 ‘절대 애를 봐줄 생각이 없다’거나 ‘둘째는 절대 안 봐준다’고 말하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들이 늘었다. 현재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김은희(58·가명)씨는 “딸이 아이를 봐달라고 하지만 차라리 지금 일이 더 편하다”며 “자식들이 노후를 책임져주기도 힘든 상황인데 돈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강민아(34·가명)씨는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바로 복직했다. 아이는 지방에 사시던 친정어머니가 올라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에서 숙식하면서 보고 있다. 홀로 지내는 친정아버지가 “왜 너희 엄마가 이렇게 희생해야 하느냐”고 말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친정어머니와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민아씨는 “엄마한테 감사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양육방식 차이로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베이비시터 사건 사고
=가족이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야 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어린이 학대 범죄들을 보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서울 금천구에서 한 베이비시터가 생후 14개월 영아를 학대하는 CCTV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소속인 김모씨는 맞벌이 부부가 맡긴 영아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학대해 현재 구속됐다. 비슷한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15개월 된 여아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18개월 된 남아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밑으로 밀어넣어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30대 베이비시터에게는 최근 징역 1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어린이집도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해 7월에는 폭염 속에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있던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밥을 안 먹는다’ ‘잠을 안 잔다’ 등의 이유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폭행하거나 숨을 못 쉬게 하는 CCTV 영상은 많은 엄마들로 하여금 ‘과연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아파트단지 안 어린이집을 다니던 3세 어린이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끊임없는 사건 사고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게 워킹맘의 현실이다.





정부·기업 육아휴직 권장 적극 나서고

기존 어린이집 서비스·환경 개선 필요

돌보미 아동학대 예방교육도 확대해야

◇대안은 사회인식 변화와 인력 확보=
괴로워하는 워킹맘들에게 쉽게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힘들고 걱정되면 본인 애는 본인이 키워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성취 외에도 외벌이로는 생활이 빠듯한 현실적인 이유로 일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많다. 엄마들이 마음 편히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 변화다. 같이 맞벌이하는 남편들은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 대기업에서는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다수 직장에서는 여전히 ‘남자가 왜’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전체 육아휴직자의 17.8% 수준에 그쳤다. 일하는 부인과 번갈아 육아휴직을 쓰는 등 남편이 적극 참여한다면 여자에게만 지워진 짐이 덜어질 수 있다. 김은아(33·가명)씨는 “남편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방학이 있는데다가 아이 이유식을 직접 만들 정도로 육아를 함께하고 있어 둘째도 충분히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지난 2016년 2,859개였던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3,602개로 26%가량 늘었다. 하지만 지역별 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공보육 확충 정책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지역 편차는 오히려 심화됐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보육정책연구팀장은 “특정 지역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을 늘리기보다 기존 서비스·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교사 외에도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 숫자를 지난해 2만3,000명에서 올해 3만명으로, 오는 2022년에는 4만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닌 질이다. 14개월 아기를 폭행한 아이돌보미 김씨도 6년을 일했지만 80시간의 사전 교육 중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고작 2시간뿐이었다. 정부가 아이돌보미 채용 때 인·적성검사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내기로 한 만큼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해보지만 인·적성검사의 방법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워킹맘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들만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남편과 국가가 함께 나눠야 한다. 사회가 조금씩 바뀌면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하는 워킹맘이 줄어들기를 고대해본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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