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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로스쿨 변호사의 서러움 "신입은 어디가서 경력을 쌓죠"

취업난 풍자했던 유병재식 블랙코미디

변호사 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아

파산관재인 34명 뽑는데 약 120명 몰려

경력 쌓을 수 있는 자리 늘려달라고 아우성





“아니,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어? 난 어디서 쌓나? 내 말이 틀려?”

방송인 유병재 씨가 tvN SNL에 나와 ‘면접전쟁’ 콩트에 출연하며 유행시킨 ‘유병재 짤’이다. 신입사원 면접을 보러 온 그에게 면접관이 경력을 요구하자, 그는 면접 진행요원들에게 끌려나가며 소리를 질러댄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최근에는 이 현상이 변호사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가 2만명에 육박하면서, 로펌에 들어가지 못한 신입 변호사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례로 올해 3월, 회생법원이 ‘법인파산부문 파산관재인 모집공고’를 띄우자 변호사 약 120여명이 지원했다. 이 중 최종 34명이 채용됐다. 이들 중 22명은 이미 파산관재인 업무 해본 사람들로, 신입으로 뽑힌 인원은 달랑 12명이었다.

파산관재인은 법원이 선임하는 인력들이다. 이들은 채권을 회수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법률 검토를 해야하므로 주로 변호사가 맡는다. 파산관재인 명단에 등록되면, 회생법원에 들어오는 사건에 따라 개인파산사건은 건당 30만원, 법인파산사건은 건당 150만~3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평균적으로 파산관재인 한 명당 개인파산사건을 한 달에 20건 정도 맡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보수는 월 600만원에 달한다. 초기 예수금 이외에도 채권이 회수돼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경우 최종 보수가 따로 지급되기도 한다.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개업한 변호사들은 파산관재인을 하면서 받은 돈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면서 사건을 찾아다닌다. 단순히 보수 뿐만 아니라 회생·파산업무를 담당해봤다는 이력 한 줄이 생겨 이후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2년에 한번씩 새로 선정하는 파산관재인으로 신입 변호사들이 들어가긴 쉽지 않다. 회생·파산 사건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로스쿨을 갓 졸업한 신입 변호사들 보다 경력자들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에 입사하게 되더라도 경력을 쌓는 것을 두고 변호사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대형 로펌의 특성상, 파트너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해온 후 신입 변호사 등이 포함된 변호사 풀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다. 입사 후 3~4년 까지는 바로 변론 등에 투입되지 않고 대부분 해당 사건의 자료를 찾거나 분석하는 일이 맡겨진다. 이 때 수준 높은 리서치를 선보이며 첫 이미지를 잘 쌓은 신입 변호사에게는 다양한 사건이 계속해서 몰린다. 반면 이 시기에 업무 능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사건을 다뤄볼 기회가 줄어든다.



국내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로펌에 입사해 3~4년 정도가 지나면 자신이 앞으로 주력으로 임할 전문 분야가 생겨야 한다”며 “하지만 초기에 다양한 사건을 경험해보지 못한 변호사들은 5년이 지나도 주력 분야를 찾지 못해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간을 보냈지만 제대로 된 경력을 쌓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파산관재인 혹은 공단의 계약직 등 변호사 일자리를 늘려달라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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