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면역항암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바이오·제약업체들의 연구개발(R&D)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아직 정복되지 않은 암 치료분야에서 미국 MSD의 ‘키투르다’와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노크하기 위해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제로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지난달 23일 충청남도 예산 응봉면 중곡산업단지 내 14만5,097㎡ 부지에 신생산단지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기존 안산공장보다 물류 처리능력을 3배 확충하는 한편 자회사인 바이젠셀에서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바이젠셀은 지난해 혈액암 치료제 ‘VT-EBV-201’의 임상 2상에 돌입한 바 있으며, 오는 2021년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조건부 허가를 통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보령제약은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BR2002’에 대해 연내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1위 유한양행은 2016년 미국 소렌토와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벤처 ‘이뮨온시아’를 통해 면역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PD-L1’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IMC-001’의 임상 1상을 종료했으며, 올해 중순부터 희귀암을 중심으로 적응증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2016년 미국 애브비에 면역항암제 ‘MerTK 저해제’ 기술을 480억원에 수출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초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빅파마와 신규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국내 바이오벤처 ABL바이오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신약 2개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한 상태다.
GC녹십자의 세포치료제 전문 자회사인 GC녹십자셀이 지난 2007년 국내에 출시한 면역항암제 이뮨셀LC도 글로벌 암치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뮨셀LC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뇌종양, 췌장암을 대상으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미국 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별도의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다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연구 관련 세금 및 허가신청 비용 감면, 현지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판매권 확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GC녹십자셀은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킨 후 다시 몸속에 넣는 방식의 면역세포치료제, CART-T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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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바이러스 신약 ‘펙사벡’을 개발 중인 국내 업체 신라젠은 현재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으로 국내 업체 가운데 신약 출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달 1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9년 미국암학회’에서 정맥 내 투여를 통해 종양 세포를 없애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올인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은 2018년 581억달러(67조원)에서 9.6%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 1,269억달러(14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역항암제 분야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 키투르다는 지난해 국내에서 70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4년 글로벌 매출이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3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 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1·2세대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특징이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서는 속도는 더딘 편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도 궤도에 오르고 있는 만큼 면역항암제 분야는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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