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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워치]週52시간 무리수...'버스대란' 자충수

정부, 대책없이 허송세월

수도권환승요금제 싸고

지자체와 '네 탓' 공방만

전국 곳곳의 버스업체 노조가 주 52시간제 도입과 준공영제 등에 따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5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9개 지역 노선버스의 총파업 예정일까지 2일 남았다. 이 사태 앞에 정부와 지자체 간 난맥상이 불거지고 있다. 노선버스 업체를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 지난해 7월인데 지금까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요금 인상을 통한 재원 마련밖에 답이 없다고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핑퐁게임만 반복되고 있다. 결국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만 초래됐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버스·노동정책 담당자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국토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버스대란이 일어났다는 비밀대화가 유출된 지 이틀 만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버스 업계의 인력 추가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도 고용기금, 공공형 버스 지원 등 최대한의 지원책을 준비 중인 만큼 노선버스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치단체·노동위원회와 노동청이 참여하는 지역 내 협의체를 통해 노사 간 교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10곳의 버스노조는 15일 전국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버스노조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하고 부족한 인력도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버스 문제에 불을 붙인 것은 주 52시간제다. 버스 업체에 1년간 적용된 특례가 오는 7월1일부터 풀리면서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회사 운전기사들의 근로시간은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올해 말까지 전국에서 추가로 버스기사 약 1만5,000명을 뽑아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회가 노선버스업을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한 게 지난해 7월 말이다. 일이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어느 정도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고 항변한다. 고용부는 근무체계 개편과 더불어 인건비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실제로 일자리함께하기 지원금을 올 1~4월 25개 업체에 총 40억2,100만원 지원하기도 했다. 국토부도 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해 버스기사를 양성하고 수요가 적은 노선 조정도 도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강된 버스기사 수는 자동차노련의 주장에 따르면 1,250명에 그쳤다. 또 정부가 근무체계 개편 방안 중 하나로 거론하는 탄력근로제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노련의 한 관계자는 “하루 노동시간이 가장 긴 경기도의 경우 탄력근로제를 일부 업체에서 시범운영해봤지만 현행 근무체계와 대동소이했다”며 “1인2교대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총파업이라는 발등의 불 앞에 주무부처인 국토부·노동부는 물론 요금책정 권한 등을 가진 지자체가 서로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자체가 버스요금 인상 단행 등으로 적극 나서달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김현미 장관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만나 요금인상을 요청했으나 이 지사 측이 조건부 인상을 고수해 협상은 결렬됐다.

국토부는 요금책정 권한 등을 모두 지자체로 넘긴 터라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원하고 싶어도 시내버스의 경우 고용부의 고용기금 지원을 제외한 일반예산으로는 지원할 방법이 법적으로 없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경기도가 버스요금을 200원 올리면 재원 2,500억원이 마련된다”며 “지난해 말에 나온 정부 지원정책을 추가로 활용하면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버스노조와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동차노련은 대중교통 환승손실금 및 2개 이상 시도를 운행하는 광역 및 시외버스 지원 등을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버스계정을 신설해 중앙정부가 지원할 길을 열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임소재 넘기기는 지자체 간에서도 나타난다. 경기도는 버스요금을 200원 올리더라도 서울·인천과 함께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서울시·인천시 버스와 동시에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서울시와 환승할인으로 묶여 있는데 경기도만 요금을 올리면 그 부담을 모두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경기·인천 버스는 수도권통합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교통비 총액을 일정 비율로 배분한다.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20㎞를 이동한 사람이 1,450원을 지불하면 이 총액을 경기도 740원, 서울시 710원(경기 1,250 대 서울 1,200)으로 분배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요금인상분의 20%는 서울시에도 돌아간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기도민이 서울·인천 버스를 타는 만큼 비용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 및 인천 버스는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어 요금 인상이 시민의 부담만 늘릴 것으로 우려한다.
/세종=박준호·김우보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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