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고무 단내가 이곳이 골프공을 생산하는 공장임을 느끼게 했다. 정갈한 공간에 비치된 설비와 기계는 대부분 자동화돼 있었고 고무 덩어리는 10여 단계 공정을 거치며 어느새 흰색이나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골프볼로 바뀌었다.
13일 찾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국내 골프용품 업체 볼빅의 골프공 생산 공장은 주문 물량의 납기를 맞추느라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창립 39주년 기념일을 맞아 제2 공장의 준공식이 열렸지만 직원들은 생산라인에 매달린 채 분주한 모습이었다.
볼빅은 1991년부터 비스무스, 크리스탈 등의 골프공을 제조해온 골프 전문 기업이다. 10년 전인 2009년 문경안 회장이 인수한 이후 컬러볼인 비스타, 비비드, S3, S4 등을 선보여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컬러볼 바람을 일으켰다.
이날 준공식을 가진 볼빅의 제2공장은 1991년부터 운영 중인 제1공장 바로 옆 1만4,875㎡ 규모 부지에 건립됐다. 원재료를 반죽하고 압축하는 로봇 사출기부터 각 공정의 최신 자동화 설비, 확충된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갖췄다. 연간 생산량은 제1 공장과 비슷한 150만 더즌(1더즌은 12개) 정도다. 이로써 볼빅은 300만 더즌 생산 능력을 갖췄다. 문 회장은 “1·2 공장의 역할 특화 등의 노력을 통해 연 생산규모를 400만 더즌으로 늘리면 4,000만 더즌 규모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세계 톱3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빅은 2009년 인수 당시 30억원에서 지난해 15배가 넘는 매출 470억원을 찍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물량을 맞출 수 없었던 수출(지난해 2,000만달러)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일본, 인도 등 해외 바이어들도 공장을 둘러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골프공 생산은 직경 42.67mm 이상, 무게 45.93g 이하의 규격 안에 과학을 담는 과정이었다. 원재료인 고무에 어떤 첨가물을 배합하고 어느 정도의 압력과 열을 가하느냐에 따라 탄성과 경도 등이 달라진다. 볼빅은 재료와 공정, 설비 등에 걸쳐 6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4층 구조인 공의 경우 배합과 압축된 고무로 내측 코어(중심핵)를 성형하는 게 첫 단계다. 여기에 외측 코어와 내측 커버를 차례로 입히고 표면이 오목한 딤플로 채워진 외측 커버를 덮는다. 공의 단면이 완전한 동심원을 이루도록 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편심이 생기면 일정한 궤적으로 비행하지 않고 퍼팅에서도 흔들림이 발생한다. 외관이 갖춰지면 표면 가공과 1차 코팅, 로고와 숫자 인쇄, 2차 코팅을 거쳐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제2 공장 가동으로 소량 다품종 생산과 소요 시간 단축 능력이 배가됐다. 볼빅 관계자는 “1차 코팅된 상태로 10만 더즌 정도를 보관해 주문 즉시 마킹과 2차 코팅, 자동 포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로고 인쇄나 패키지 주문이라도 2~3일 안에 생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높은 물류비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 고비용 때문에 제2 공장의 중국 등 해외 건립도 고민했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수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내 건립을 결정했다”면서 “제2 공장이 더 많은 고용 창출과 국내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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