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재밌는 영화’로 데뷔한 장규성(50·사진) 감독은 그동안 5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선생 김봉두’는 대박이 났지만 ‘이장과 군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성공과 실패의 부침을 겪었던 그가 이번에는 22일 개봉하는 6번째 영화 ‘어린 의뢰인’를 들고 찾아온다. 아동학대라는 무겁고도 불편한 소재를 특유의 반성과 화해 코드로 풀어낸다.
‘어린 의뢰인’은 2013년 실제 일어났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소재로 다룬다. 영화에서 7세 소년인 민준(이주원 분)은 엄마한테 폭행을 당해 사망한다. 친누나인 소녀 다빈(최명빈 분)은 엄마의 협박 아래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한다. 성공만 바라보며 살아온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은 다빈의 자백을 미심쩍게 여긴다. 하지만 다빈은 여러 번 이웃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늘 외면만 당하다 보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다빈은 정엽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이번 신작에 대해 “세 아이의 아빠로서 실제 사건을 접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장 많이 들었다. 잊히면 안 되는 사건이라 생각해 바로 영화화를 준비했다”며 “영화 속 ‘미안해’라는 대사 안에 어른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무관심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인형을 보며 독백하는 장면을 넣는 등 아이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이 혼자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했다”며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진실을 알리기까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도가니’처럼 긴장감 넘치는 추리 구조로 서사를 풀어가는 대신 인물의 감정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은 아역배우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아동 심리상담사를 배석한 채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사건 발생부터 개봉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도 밝혔다. 그는 “아동학대를 다루다 보니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투자자를 설득하기 힘들었다”며 “탄생 자체가 고마운 영화”라고 고백했다. 또 영화가 당사자에게 다시 상처가 되지 않을지, 가해자 지숙(유선 분) 역할은 누가 맡아줄지 등도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는 “뜻이 맞는 분들이 힘을 보태준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 변호를 맡은 이명숙 변호사께서도 문제의식에 공감해주었고 실존 인물과 가족들도 영화화를 허락해줬다”고 했다.
장 감독은 최근 ‘의붓딸 살해 사건’처럼 아동학대가 계속되는 현실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집행 과정에서 구멍이 많다”며 “결국 아이가 자라 우리나라 사회를 이끌어가는 만큼 이번 영화가 아동학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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