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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敎學相長(교학상장)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배워야 자신의 부족한 점 알수있고

가르쳐봐야 비로소 어려움 알게 돼

배움과 가르침, 일방아닌 쌍방 소통

선생·학생 서로 감사의 마음 가져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이번주에 스승의 날이 있었다. 요즘 스승의 날을 맞는 풍속도가 이전처럼 축하 일색의 분위기만은 아니다. 선생님은 제자들이 찾아오는 일을 부담스러워하고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하면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 논란이 일기도 하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다 보니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풍경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

스승의 날은 학생이 고마운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만큼이나 배움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학습 노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생은 학업의 고통을 호소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학원을 전전하다 집에 들어가다 보니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버거워한다. 이 때문에 학습은 빨리 끝내 다시는 하지 않아야 할 일처럼 환대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학습을 지나치게 시험의 성적이나 취업의 성패와 관련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신처럼 전지전능하지 못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그 일을 하고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합리적 선택을 내리고 긍정적 결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우는 수밖에 없다. 배움에 대한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학습은 외우고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오히려 무지의 한계를 깨쳐 넓은 지평을 가질 수 있는 더 큰 맥락과 관련을 맺는다. 이렇게 보면 배움은 내가 지금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활동이거나 내가 조금 할 줄 아는 것을 탁월하게 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취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외국어를 모르면 외국인을 만나도 기초적인 대화를 넘어서기 어렵지만 외국어를 터득하면 또 하나의 세상을 갖는 것처럼 더 넓은 지평을 펼칠 수 있다.



이러한 배움의 의미를 잘 나타내는 말이 ‘예기 학기(學記)’에 나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먹어 보지 않으면 요리의 참맛을 알 수가 없다. 지극히 심오한 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진리가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사람이 배운 뒤에라야 자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가르쳐본 다음에라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안 다음에라야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려움을 안 다음에라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수유가효·雖有佳肴, 불식부지기지야·不食不知其旨也. 수유지도·雖有至道, 불학부지기선야·不學不知其善也. 시고학연후지부족·是故學然後知不足, 교연후지곤·敎然後知困. 지부족연후능자반야·知不足然後能自反也. 지곤연후능자강야·知困然後能自强也. 고왈교학상장야·故曰敎學相長也).”

사람은 배워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더 넓은 학문 세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상태에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자신이 부족하고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많은 것을 알려줘 고맙기도 하고 학생이 부족하다는 점을 자각할 수 있게 이끌었기 때문에 고마운 일이다. 학생은 선생님에게 가르치는 활동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온전히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한다.

이렇게 배움과 가르침이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학생은 선생님을 만나 성장하게 되고 선생님도 학생을 만나 확장하게 된다.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각자 발전하기 때문에 ‘교학상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경 열명’에서는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기 학업의 반을 차지한다는 ‘효학반(斅學半)’을 말한다. 교학상장과 효학반에서는 가르침과 배움을 따로 나눌 수 없고 함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교학상장의 의미를 되새기면 스승의 날을 맞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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