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최근 걸프 해역을 오가는 민간항공기에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고 인접 국가에서도 기업 직원과 현지 교민이 잇달아 철수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며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FAA는 노탐(NOTAM·정부가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대해 업계에 알리는 통지문)을 통해 “걸프 해역과 오만해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민항기는 고조되는 군사행위와 정치적 긴장에 유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어 “잠재적인 착오 또는 오인으로 미국의 민간 항공 운항에 대한 의도치 않은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며 “민항기는 예고 없이 항법장치와 교신 시스템 교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착오 또는 오인’에 따른 위험은 바로 운항 방해나 민항기가 격추·납치되는 상황이다.
걸프 해역과 오만해 상공은 중동 최대 공항인 두바이국제공항(DXB)을 오가는 통로이자 아시아·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 탈퇴에서 비롯된 양국 간 정치·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미국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수상한 기동’을 이유로 안보와 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전 조처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미 국방부는 예정보다 2주 이르게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으로 이동 중이고, 미 국무부는 15일 이라크 외교공관에 주재하는 자국 공무원 일부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걸프 해역의 입구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인접지역인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의 서쿠르나-1 유전에서 자사 직원을 전원 철수했다고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이 같은 날 보도했다. 바스라는 주민 대다수가 시아파인데다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15일 이라크 주재 외교공관에서 비필수 업무를 하는 자국 공무원에 대해 철수령을 내렸다.
바레인 정부 역시 이날 안전을 이유로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권고하고 이 두 나라로 여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미국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걸프 수니파 군주 국가지만 국민의 과반이 시아파인 탓에 이란의 개입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란과 이라크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다른 친미 정부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