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정부가 압류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와 관련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펴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였다. 북한은 미 법무부가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 발표와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 제기하자 닷새 뒤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는 화물선 압류를 강하게 비판하며 “6·12조미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 “후안무치하고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라며 압류를 풀고 화물선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외교전에 발 벗고 나섰다. 김 대사는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에 대해 “불법 무도한 행위”라면서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김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DPRK)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로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공화국의 자산이자, 우리의 주권이 완전히 행사되는 영역”이라면서 “미국은 극악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고, 지체 없이 화물선을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여론전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북한 내에서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만7,000t급 선박으로 건조된 지 30년이 됐지만, 노후한 선박이 대부분인 북한에선 여전히 자산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선박은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석탄을 비롯한 광물의 운반에 사용돼 ‘외화벌이’에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북한의 이례적인 여론전에는 이번 압류를 신호탄으로 대북제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의 압류 발표 시점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지 9시간도 안 돼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여론전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미국의소리(VOA)방송과 인터뷰에서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행적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으로 미국이 유엔 결의에 근거해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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