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등 제재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산업 진흥 노력에도 수입에 심하게 의존한 것이 결국 이 같은 덫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지난해에만 원유 수입액보다 많은 3,000억달러(약 358조 7,000억원) 상당의 컴퓨터 칩을 수입할 만큼 수입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화웨이 거래제한은 중국의 수십 년 묵은 국가적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국내 반도체 간판 기업을 육성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1980∼1990년 일본과 한국, 대만이 강력한 반도체산업의 주자로 떠오르자 중국도 자체 반도체 역량 개발을 위한 국가 주도 기획을 시험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바람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국가 지원을 받은 일부 기업이 메모리칩 대량 생산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분야는 세계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전망이 밝지 못하다.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진전된 형태의 반도체 칩은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분야에서 일류 기업을 만들어내는 데는 거의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야심이 미국과 정면 충돌해 무역전쟁의 주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악재라면 악재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이 불공정한 자국 기업 지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기업 푸젠진화가 미국 기업의 칩 설계를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기업에 대한 미국 회사의 제품 공급을 제한했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시험대에 올랐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자체 개발한 칩이 절반에 달하며 비축분도 많다고 강조했으나 화웨이가 만드는 스마트폰, 기지국 설비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기술은 다국적이다.
화웨이의 대표 스마트폰인 ‘P30 프로’ 신형에는 미국 기업들이 무선 신호 처리를 돕는 부품과 같은 핵심 부품을 상당수 공급한다. 화웨이의 데이터 센터에 특화된 칩을 공급하는 브로드컴, 화웨이 노트북의 최첨단 그래픽 프로세서를 만드는 엔비디아, 무선 주파수 부품을 주도하는 스카이웍스나 코보 등도 모두 미국 회사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