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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바삭바삭·폭신폭신·쫀득쫀득...'환상의 맛' 여수 삼치회

'빳다'로 불리는 5㎏ 넘는 삼치

양파 한조각과 돌김에 올리면

혀에서 느끼는 모든 맛 경험





삼치는 5~ 6월경에 잡히는 봄 삼치와 12~ 1월에 잡히는 겨울 삼치로 나뉜다. 삼치는 아무래도 봄보다는 겨울이 더 많이 잡힌다. 그래서인지 봄 삼치는 겨울 삼치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

내가 처음 삼치회를 맛본 건 2007년 12월, 처음으로 여수에 갔을 때다. 중앙 선어 시장 경매에서 대삼치를 보고는 일단 크기에 한번 놀랐다. 약 6~7㎏정도의 성인 다리 만한 어마무시한 크기였다. 보통 시장에서 보는 고등어보다 조금 큰 사이즈에 삼치를 여수에서는 ‘고시’라고 부르고, 조금 더 큰 크기인 고등어의 2.5~3배 사이즈의 삼치는 ‘야나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5㎏이상 되는 크기의 삼치는 ‘빳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나와 일행은 빳다를 맛보기 위해 교동시장 연등천 포장마차로 이동했다. “여기 삼치회 한 접시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자 사장님께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회를 떠서 가져오시며 한 말씀을 하셨다. “삼치는 먹을 줄 아는가?” 포차 사장님은 먹는 방법을 알려 주신다며 구멍이 숭숭 뚫린 돌김을 손바닥에 올리고 빨간 특제 양념장을 찍은 양파 한 조각 그리고 그 위에 두툼한 삼치 한 점을 올려 먹어 보라며 건네주셨다. 이대로 라면 삼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그냥 간장에 고추냉이가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장님께서 손수 싸주신 거라 내키지는 않았는데도 입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방금 싸서 먹었기 때문인지 돌김이 고소하고 바삭바삭했다. 곧이어 아삭아삭하고 달큰한 양파가 씹히고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삼치가 씹히며 입안에 침이 돌았다.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다. 씹으면서 나는 향은 고소하고 상쾌했다. 그 어느 하나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생기지 않는 완벽한 조화였다. 눈이 갑자기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맛이었다. 내 웃는 얼굴을 보시고는 ‘거봐 겁나게 맛있지?’ 하는 표정으로 사장님도 미소를 지었다.

그때까지 난 단 한 번도 포장마차에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난 삼치를 먹기 위해 여전히 그 포차를 찾아간다. 궁금한 걸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여수에서 정치망을 하시는 선장님과도 친분을 쌓아가며 정치망 어선도 그간 대여섯 차례 정도 타고 나가 삼치를 건져 올리는 경험도 했다. 다행히도 배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이라 그물도 같이 잡으며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을 해야 한다. 잡아 올린 물고기를 선별하는 작업도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늘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 덕분에 선장님께 삼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큰 공부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여수에서도 흔하지 않은 생선인데다가 서울에서는 더욱 접하기 어려운 생선이기 때문에도 더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이번 주에 내려가는 기차표를 예약하고 삼치를 먹으러 포차로 가야 할 것 같다./‘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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