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기성 정당이 참패함으로써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전반의 경제난이나 이민자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뚜렷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놓고 수년째 공방만 벌인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투표율이 51%를 넘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높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포퓰리즘과 자국 우선주의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주목된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할 때는 언제든 대중에게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낡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기득권 정치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치권은 경제난과 함께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민생을 내팽개친 채 세력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가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을 이끌어내기는커녕 막말과 증오만 쏟아내며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이제 진정 국민을 챙기고 민생을 살피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이런 시대적 요청을 외면한 채 상대를 배제하는 대결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년 선거에서 기존 정당구도가 흔들리는 냉혹한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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