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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기생충,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쁜인간 묘사"

거장으로 돌아온 봉준호 인터뷰

송강호도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

칸 규정상 중복 수상 안돼 아쉬움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




“선악(善惡)의 이분법을 버리고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쁜, 보통의 인간을 묘사하려고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50·사진)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 마디로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다층적인 캐릭터들이 드라마의 감정적 진폭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사건도 악한 인물이 나쁜 의도를 갖고 기획한 일이 아니다”라며 “명확한 악당 없이 생기는 비극이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평생 동선조차 겹칠 일이 없을 것 같은 부유층과 극빈층의 계급 갈등을 그린다. 봉준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블랙 유머가 곳곳에 포진해 있으나 종국에 이르면 가슴 먹먹한 슬픔을 전한다. 봉준호는 “최우식 군이 연기한 기우 캐릭터는 힘들고 어려운 처지임에도 묘한 긍정성과 낙천성을 지닌 인물”이라며 “비록 쉽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그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기쁠까’ 싶은 창작자의 마음을 담은 결말”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 수상과 관련한 흥미로운 뒷얘기도 들려줬다. 그는 “시상식이 끝나고 심사위원들한테 들으니 (‘기생충’의 주연 배우인) 송강호 선배도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고 하더라”며 “황금종려상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는 바람에 중복 수상이 안 되는 영화제 규정상 남우주연상은 다른 작품한테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이 소식을 들은 송 선배는 ‘남우주연상도 영광이지만 이 작품을 연기의 카테고리에만 가두기는 아깝지 않느냐. 황금종려상을 받아서 무척 기쁘다’고 말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 최초의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의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봉 감독은 “오스카 시상식에 참여하는 투표권자만 5,000~7,000명 정도 된다”며 “가을 시즌이 되면 마치 선거 운동을 하듯 각 스튜디오들이 (투표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DVD를 집으로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을 들인다”고 귀띔했다. 봉 감독은 임권택·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이병헌 등과 함께 아카데미상 아시아권 영화의 투표권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은 길고 복잡한 레이스를 거쳐야 하는 행사”라며 “외신에서 기분 좋은 전망을 해주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설레발 치면 안 된다’는 마음뿐”이라고 웃었다.

봉 감독은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옥자’ ‘설국열차’처럼 규모가 큰 영화보다는 ‘마더’나 ‘기생충’ 같은 사이즈의 작품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여겨진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사건을 다룬 한국영화 한 편과 미국 프로젝트 한 편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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