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60세 감독의 표정은 아기처럼 티 없이 환했다. 마우리치오 사리(이탈리아) 감독이 첼시 부임 첫 시즌에 유럽대항전 우승을 이끌었다.
첼시는 30일(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끝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같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런던 연고 라이벌 아스널을 4대1로 돌려세웠다. 조별리그를 포함해 12승3무로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완성했다. 6년 만의 유로파 정상 복귀로 우승상금 약 113억원도 챙겼다.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넘어온 사리는 첫 시즌에 EPL 3위와 유로파 우승이라는 꽤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석 달 전만 해도 꿈꾸기 힘든 업적이었다. 사리는 지난 2월 말 리그컵 결승 경기 중 선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교체 지시를 거부하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욕을 당했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론에 시달리던 터라 선수 장악에서도 심각한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사리는 선수 몸 상태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빠르게 사태를 봉합했고 이후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리그컵 결승 패배 직후 첼시는 토트넘을 2대0으로 꺾는 등 EPL 막판 12경기에서 단 2패만 기록했다. 톱4 진입에 성공하면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리는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총 39승을 지휘했다. 첼시 역사상 감독 부임 첫 시즌 최다승 2위 기록이다. 1위는 2004~2005시즌의 조제 모리뉴(42승)다. 하지만 사리의 다음 시즌 거취는 확실하지 않다. 유벤투스와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사리는 “개인적으로는 첼시에 남을 만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첼시 왼쪽 공격수 에덴 아자르는 2골 1도움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슈팅 3개가 전부 골문으로 향했고 5개의 키 패스와 87%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 합의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아자르 본인도 경기 후 “오늘이 첼시에서의 마지막 경기인 것 같다. 멋진 팀에서 7년을 뛰었고 이제 새 도전에 나설 때가 된 듯하다”고 이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아자르는 첼시에서 7년간 352경기 110골 81도움을 올리면서 트로피 6개를 수집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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